단기선교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 논설위원 칼럼 ]

송광옥 선교사
2018년 02월 06일(화) 14:35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 되면 청소년ㆍ청년부들은 방학과 휴가를 맞아 각 선교지를 방문한다. 필자는 오래 전 '배우는 단기선교', '찾아가는 단기선교' 프로그램으로 선교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선교팀이 도착하면 오지 마을에 들어가 원주민들을 방문하고, 며칠 동안 그들과 살면서 자연과 삶을 배우고,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한마을에 한두명씩 보낸다. 마을에 들어갈 땐 두벌 옷도, 전대도 없다. 전기가 없으니 핸드폰은 무용지물이다.

누군가는 '선교지 사람들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할지도 모른다. 그럼 한국에서 온 단기 선교팀이 가르칠 것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쉽게 생각해보면 TV프로그램 중 '정글의 법칙'이 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가 그곳에서 적응하는 능력과 해결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연친화적으로 사는 현지인들과 그들의 환경에서 얼마나 배울게 많겠는가?  도구 없이 불을 켜고 노래할 수 있는가? 맨 정신에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는가? 원주민들은 그렇다. 신발 없이 얼마나 걸을 수 있는가?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의 방향을 잡으면서 불을 끌 수 있는가? 숙련된 소방대원도 한 수 배워야 할 구경거리일 것이다. 독풀을 구별하고,  논 쌀인 산 쌀의 향을 음미하며 밥을 먹는다.

야곱은 왜 사랑하는 라헬의 얼굴을 레아와 구별을 못하였을까? 이 모든 것들이 오지에서 한번 자고 나면 이해가 된다.  얼마나 칠흑같은 어둠 속이던가?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눈만 뜨면 매스컴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를 피해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피정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때가 되면 밥 먹으라고 울리는 '배꼽시계' 소리도 들어야 한다. 하늘, 별들의 다양한 모습도 보아야 한다. 각종 양념으로 쩔어있는 나의 혀에 자연 친화적 맛을 찾아주어야 한다.

비가 쏟아질 때 원주민들이 만들어 쓰는 우산, 빗물로 끊여먹는 라면, 다양한 야자열매 요리도 맛보고, 3~4일 칫솔과 치약 없이 치아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는지도 배워야 한다. 각종 산에서 나는 과일을 맛보고, 산돼지가 얼마나 친화력을 가진 동물인지도 알게 된다. 닭은 왜 그렇게 새벽부터 울어대는지…. 원주민들이 마을에 온 손님에게 매끼 베푸는 식탁 준비는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고 경험 할 것이 너무 많다. 외국인을 24시간 밀착 경호하는 아이들,  그 흔한 종이 한장 없는 곳에서 말도 안통하는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오지마을의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놀이기구를 가지고 함께 놀며 땀흘리는 시간들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원주민 성도들의 찬양이다.  악기가 없어도 음을 타며 찬양하고 외워 부른다.

단기 선교는 잠시 길 떠나는 순례자인 것이다. 순례자는 영어로 'pilgrim'이다. 이 말의 뜻은 '들판을 가로질러'라는 뜻이다. 즉, 순례자는 어떤 성스러운 목적을 위해 대지를 걷는 나그네의 모습이다. 인생은 천천히, 내 발바닥의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여행길이다. 내 발바닥이 흙바닥에 닿고 부르틈을 경험하고 걸으면서 내 인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단기선교의 매력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 일정 중 꼭 가고 싶은 곳을 꼽는 스페인의 '산티아고'의 걸어서 가는 길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순례길 곳곳에는 '알베르게'라고 하는 숙소들을 통과하면서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순례자는 영혼의 감동을 따라 대지를 천천히 걷는 것이다. 선교지에 방문한 단기 선교팀은 원주민들의 굳은 손을 마주 잡고, 그들과 인사하면서 눈을 마주치고 영혼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영혼의 소리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걷는 순례길이다.

선교현지의 원주민들은 '여기 먼 곳까지 오신 한국 사람들을 환영한다. 예수님이 오늘 우리 마을에 심방한 것 같이 반갑게 맞이한다. 예수 이름 때문에 초면에 성도의 교제가 일어남을 경험한다. 선교지의 원주민들은 예수 이름으로 단기 선교팀을 맞이하고, 단기 선교팀은 예수 이름으로 선교지 사람들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하나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단기 선교를 떠날 때는 가르칠게 많은게 아니라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여행 활동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송광옥 선교사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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