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8년 01월 31일(수) 10:23

겨울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 이원수 선생이 작사를 하고 정세문 씨가 곡을 붙인 '겨울나무'이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도 꿋꿋이 서서 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이미지가 희망을 갖게 한다.

올 겨울 한반도는 이상한파로 고통을 겪고 있다. 상당수의 가정이 수도관뿐만 아니라 보일러까지 동파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내륙 산간지방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갔고,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웃돌았다. 전통적인 삼한사온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상한파가 지구적인 규모로 몇 년째 지속되는 것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와 유럽, 북미 대륙이 2009년 겨울에도 한파에 시달렸다. 베이징 일대에 2010년 1월 1일부터 사흘 동안 내린 눈 때문에 모든 학교가 휴교하기도 했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폭설과 이상한파가 번갈아 강타하고 있다. 올해는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얼어붙었다.

기상당국이나 기상학자들은 이상한파의 원인을 기후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더 넓게 녹으면서 북극권의 제트기류가 약해져서 한냉기류가 남하한 것이다. 북극의 '폴라 보텍스'(극 소용돌이)가 남진해서 동아시아, 시베리아, 동유럽, 북미 상공을 덮은 것이다. 한반도 상공에도 영하 50도 이하의 강한 바람이 흘렀다. 북극의 냉기를 가두었던 제트기류 커튼이 약해진 탓이다.

미국 룻거대 해양연안학부의 제니퍼 프랜시스 교수는 "북극, 중위도 상공의 온도 차가 점차 줄어 제트기류가 약해졌다"고 UPI통신 인터뷰에서 설명하면서, 북극 온난화, 폴라 보텍스, 제트 기류 약화의 연계성을 확신하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겨울은 짧아졌지만, 추위가 강해진 온난화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체감하는 기후 변화처럼 한국교회사의 기류도 바뀌었다. 에큐메니칼운동의 겨울을 넘어서 한국교회 전반에 겨울이 왔다. 교단마다 교세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집계하는 한국교회 파송 선교사도 2016년의 0명 증가에 이어서 2017년에 231명 증가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1411명, 1003명, 932명, 528명으로 서서히 증가가 둔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총회도 2010년 이후로 조금씩 전체교인수가 줄어들고 있다. 제102회기에는 우리 총회의 상회비가 최초로 줄었다. 제101회기 대비 2857만 여 원이 감소했다. 2017년 말 현재 세례교인의 수가 전년 대비 1만2299명이 줄어든 결과이다. 총회 재정부는 제103회기에도 상회비를 동결했지만, 교세 추계에 따라서 상회비 총액은 감소할 수도 있다.

한국교회는 겨울나무에서 겨울을 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 침엽수만이 아니라 활엽수도 그렇다. 잎을 떨구고도 나이테를 한 켜 더 두른다. 검고 단단하게. 칼바람이 불어도 가지마다 겨울눈을 피운다. 다가올 봄을 쉬지 않고 준비한다. 봄바람이 불면 꽃과 잎을 한껏 피우기 위해서.

어려움 속에서 부흥하는 교회가 있어서 다행이다. 정성을 다해서 예배당을 건축하고 감사로 입당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목회자와 교인들의 정성에 감동이 된다. 총회도 교회성장지원운동이나 마을목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동반성장위원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나뭇가지가 얼어붙지 않도록. 겨울눈을 듬뿍 키우며. 다가올 화려한 봄을 꿈꾸며.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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