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이 있는 한 죽지 않는다

[ 목양칼럼 ]

최재권 목사
2018년 01월 31일(수) 10:16

한문으로 죽을 사(死) 자는 저녁 석(夕)자에 비수 비(匕)자가 섞여 있는 글자다. 한낮에 날아오는 비수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지만 저녁 해가 지고 캄캄한 저녁에 날아오는 비수는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죽음은 언제 어느 때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필자는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두 번의 교통사고로 죽음을 경험했다.

한번은 경기도 파주에서 목회할 때 일이다. 그날은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구역예배를 인도하러 가야했다. 필자가 섬기던 교회에서 구역식구들이 모일 장소인 금촌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눈이 내리는 마을 언덕길을 내려와 냇가 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가는데 갑자기 맞은 편 쪽에서 자동차 한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필자 앞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주여!" 소리를 지르고 난 후 급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꽝! 소리와 함께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저씨! 아저씨! 정신 드세요 괜찮아요?" 가까운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사고현장에 달려와 정신을 잃고 차안에 쓰러져 있는 필자를 깨운 것이다. 일어나 보니 자동차는 높이 2M 하천으로 떨어져 얼음판 위에 서있었다.

자동차는 앞부분이 다 깨어졌는데 필자는 잠시 정신만 잃었을 뿐 찰과상 외에는 다친 곳이 없었다. 렉카가 달려오고 앰뷸런스가 달려왔으나 큰 부상이 아닌 것을 보고 앰뷸런스는 그대로 가버렸다. 렉카에 자동차를 실려 보내고 벌벌 떨면서 도로위로 올라오는 순간 필자의 귀에 "사명이 있는 한 결코 죽지 않는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멘! 아멘! 눈에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두 번째 교통사고는 필자가 43살 되던 해 총회 파송 선교사로 우크라이나에서 사역할 때 경험했다. 한인선교사 가족초청 선교대회가 폴란드에서 열려 고신교단 파송 선교사님 가족과 우리가족이 함께 12인승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 가려고 길을 나섰다.

오데사를 출발해서 비니차라는 도시를 지나 한적한 호숫가 길로 접어들었을 때 운전하시던 선교사님께서 "주여!"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이윽고 와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몇 번이고 구르는 것이 아닌가. 맞은편에서 자동차 한대가 언덕을 내려오면서 앞차를 추월하다 그만 우리 차를 받아버린 사고였다.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고 있던 필자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 선목아! 예지야!" 아내가 부르는 소리였다. 알고 보니 아내는 자동차가 구르는 순간 자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자동차는 온통 흙먼지와 함께 휴지처럼 구겨져 있지, 자신만 살아남고 모두 죽은 줄 알았던 것이다.

자동차에서 기어 나와 보니 비록 피투성이지만 우리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길가에 앉아 가족들을 붙잡고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마친 순간 필자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사명이 있는 한 결코 죽지 않는다. 볼지어다 세상 끝 날까지 너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두 번째 죽음의 자리에서 들은 소리였다.

오래전 읽었던 리빙스턴의 전기에서 보았던 구절이다. "사명이 있는 한 결코 죽지 않는다!" 죽음과 살아있음의 거리는 참으로 가깝다. 필자는 두 번의 큰 교통사고를 통해 한 가지 깊은 깨우침을 얻었다. 내 코끝에 호흡이 있어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매일매일 에노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죽음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음을 잊지 말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도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주께서 맡겨주신 사명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명을 망각하고 헛된 곳에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 오늘도 다짐을 하며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린다. "주여!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오늘도 두손 모아 기도드린다.

최재권 목사(원당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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