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 하십니까?

[ 논단 ]

남택률 목사
2018년 01월 31일(수) 08:39

어느 대형교회 목사를 인터뷰하던 기자가 "행복 하십니까?"하고 물었다. 목사가 "당연히 행복 합니다" 대답했더니, 이어서 "진짜 행복 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 목사는 두 번째 질문에 순간 당황하며 "그런데 그 행복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행복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중대형 교회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존경받는 선배 목사들이 각종 스캔들에 연루돼 추락하는 모습 속에 '언젠간 내 차례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몇 해 전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필자는 교회에서 강도 높은 자살예방 설교를 한 적이 있다. 예배를 마치고 목회연구실에서 다음 예배를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성도가 찾아와 "죄송하지만 자살에 관한 설교를 안 할수 없습니까?"라고 부탁했다.

사연인즉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동생이 아무 이유도 없이 학교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씀하신다고 해도 자살 얘기만 나오면 너무 괴로워 도무지 설교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뒤로 자살에 대한 설교를 맘대로 하지 못한다.

예전엔 "이혼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설교했는데 요즘엔 이혼 가정이 늘고 싱글로 돌아와 앉아 있는 사람이 많다. 이혼해선 안 된다는 설교에 오히려 상처를 받는 사람도 종종 나온다. 그리고 손주 얘길 예화로 자주 사용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아이를 갖지 못한 불임부부들이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교회를 쉽게 옮겨선 안 되고 신앙의 뿌리를 건강하게 내려야 된다고 말했는데 어느 날 보니 우리교회에도 이동 교인들이 많이 보이니 이 모순은 또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 그래서 언제부턴가 필자는 설교 원고를 교인들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꼼꼼히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최윤희 씨라고 유명한 행복 전도사가 있었다. '자살'을 거꾸로 읽어 '살자'로 바꾸자며 희망의 메시지를 주던 사람이다. 그런데 "밥은 굶어도 희망을 굶으면 안 된다"고 말하던 그녀가 희귀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이르자 죽음을 택했고 심지어 남편까지 자살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일을 기억한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열등의식, 소외감, 상처, 쓴뿌리가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우울증이 '자살에 이르는 뇌질환'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오늘도 발코니를 서성거리며 죽음을 생각하고 법정을 오가며 이혼을 서두르는 사람이 많다. 서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며 공동체에서 적응하지 못한다.

'태양의 후예'라는 인기 드라마가 40%에 육박한 시청율로 방영된 적이 있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낸 휴먼 멜로 드라마다. 필자는 다시보기를 통해 인상적인 대사 몇 줄을 받아 적었다.

의사가 "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일하는데 왜 당신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가?"라고 질문 할 때 군인은 "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인다"고 대답한다. 의사는 그 말을 받아 천금같은 답변으로 응대한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것을 넘어설 가치는 이 세상에 없다"고. 필자는 이 말에 무릎을 쳤다. 그렇다. 생명을 주는 게 시대의 대안이다.

태초에 흑암, 혼돈, 공허가 있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 위를 운행하고 계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빛이 있으라!" 빛은 곧 생명이다. 어둠이 빛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닭이 알을 품듯 하나님이 세상을 품었다.

하나님은 한 번도 실수하신 적이 없으시다. 우리를  뱃속부터 안고 업어서 인도하신 하나님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행복 하십니까?"

남택률 목사
광주유일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