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비정규직 제로 흐름에 동참해야

[ 이슈진단 ] 노회, 교회 근로 상황 열악...부교역자, 교회 비정규직의 민낯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1월 30일(화) 11:39

"임기 내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에 밝힌 약속이다. 이로써 현재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31만 명은 순차적으로 정규직화 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이른바 용역 직원 12만 명까지 포함되어 있다.

새 정부의 이러한 약속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중 하나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회에서도 이러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정규직 전환 논란의 중심에 섰던 P제과점을 비롯해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는 이랜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반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사회가 비정규직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용불안 및 재정 악화가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는 심각한 것이며, 하루 속히 이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교회나 기독교 기관의 고용 상황은 어떠할까?

#총회, 비정규직 직원 위한 대안 마련해야

일단 총회, 노회, 교회 혹은 기독교 단체에서의 비정규직은 최근 외형적으로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예장 통합 총회에서는 일반 직원들을 제외한 경비 및 청소 담당 직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55세 미만의 1인은 정규직). 이들은 정식직원이었다가 정년 55세가 넘어가면 간접고용(용역)으로 고용 형태가 변하는데 월급은 이전보다 60~70%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최근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각계의 노력에 부응해 일부 기관에서는 청소 담당 직원의 경우 정년이 지나도 본인이 원하면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촉탁직 제도도 운영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는 공공기관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총회의 한 직원은 "총회가 생활임금제도나 촉탁제 등 비정규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연구해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생활임금제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에 기본적인 필수품의 제공이 가능하고, 해당 지역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실제 생활이 가능한 임금수준을 보장해주는 체계를 의미한다. 

총회에서도 최근 각 노회의 상회비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관실 직원 전원을 간접고용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 교회와 노회의 상황

각 노회와 교회에서의 근로자들의 상황은 총회 보다도 열악하다. 근로계약과 4대보험은 노동자가 제대로 된 근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최소한의 충족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이다. 근로계약서가 없으니 추가근로에 대한 보상이나 임금 체계, 근로시간 정착, 기본적인 임금 보장 및 휴가 사용까지 제대로 된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본보의 조사 결과 열악한 재정으로 임금 수준은 낮고 최근까지 직원들의 4대 보험 보장을 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작됨에 따라 각 노회나 교회별로 올해부터 직원들의 4대 보험을 가입해 준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교회와 큰 기독교단체의 경우 청소와 경비 업무는 대부분 간접고용, 일명 용역업체와의 계약 형태를 띤다. 대형교회나 기관도 물론 고충은 있다. 전문적으로 인력관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고, 인권비 또한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업체의 경우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으로 고용측과 피고용인 서로가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교회에서까지 자본의 논리를 쫓아가느냐고 비판하는 교계 내부와 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학장 하종강 교수는 "교회에서는 교역자와 직원들이 노동자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가장 흔한 사례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부터 엄밀히 따지면 법 위반인 셈"이라며 "만약 교회나 기독교 기관 몇 군데에서 문제가 터지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 그 교회나 기관은 법적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선교 혹은 이타적인 마인드로 모인 사람들이라도 근로기준법, 헌법이 기준한 노동 3법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사회에서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지점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한국교회 내부에서 근로 환경에 대한 자성적 목소리가 많아져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먼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교역자는 가장 비참한 비정규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다면 위임목사가 아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경우도 사회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이다. 위임목사가 아닌 담임목사의 경우 매 3년마다 당회의 결의와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가 서명날인을 한 명단, 당회록 사본, 제직회 회의록 사본, 목사의 이력서를 첨부해 노회에 제출해야 한다. 부목사는 이 같은 과정을 매년 겪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의 직원(항존직, 임시직, 유급종사자 포함)은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헌법시행규정 제2장 정치 제15조 4항에 명시되어 있으며, 법원에서도 담임목사나 부목사의 경우 아직까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종교인 과세가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한국교회법학회(회장:서헌제)가 제작한 '종교인소득 과세 한국교회 공동 매뉴얼'에서도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근로자성은 부인하며, 납세 시에도 종교인 소득 과세 대상으로 분류한다. 강도사나 전도사의 경우는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납세에 있어서는 종교인소득 과세 대상이다. 반주자, 지휘자, 사무행정 직원, 관리집사, 운전기사, 기능직 등은 갑근세 대상이다.

부목사의 경우 일반 근로자는 아니지만 대부분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부교역자들은 일반 사회에서 비정규직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에서 부교역자의 삶을 정의하는 한 마디를 주관식으로 물었더니 1위를 차지한 대답이 '종/머슴/노예'였다. 그 다음으로 '계약직/비정규직/인턴/일용직/임시직'이라는 답이, 이어 '담임목사의 종/하인/하수인', '소모품/부속품', '을/병/정/갑질 당하는 삶' 등의 대답이 있었다.

부교역자들의 사례비는 전임 목사(515명)의 평균이 204만원, 전임 전도사(156명)이 1148만원, 파트타임 전도사(278명)이 7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례비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대답이 55.7%(충분하다 9.9%)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으며, 교회에서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3.2%에 불과했다. 73.6%가 4대 보험 중 어느 것도 제공받은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역 관련해서 교회와 합의된 계약서를 쓰지 않은 교역자가 93.7%다. 부목사가 보장 받고 싶은 희망 사역기간 평균은 4.3년인데 실제로는 3.3년에 그치고 있으며, 전임전도사의 경우는 평균 3.7년을 희망하지만 2.6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목회자가 사회법 상의 근로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느껴야 하는 비애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문화와 상황에 맞는 고용 안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인식변화와 부교역자와 사역계약서 작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기윤실 설문조사를 이끌었던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담임목사들이 부교역자를 노동자 내지는 월급받는 사람으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교역자가 근로조건을 따지는 것 자체를 불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교역자들 입장에서는 월급이 찍혀봐야 자기 월급을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시대상황이 바뀌고 젊은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다는 것을 담임 목사와 장로들이 인식해야 한다"며 "개척이 막혀 있고, 담임 자리도 없는 시대에 부교역자가 20년 넘게 하는 이들도 적지 않고 부교역자 은퇴자도 나오는 상황에서 부교역자가 비정규직과 같은 상황을 벗어나 평생사역, 평생 직장을 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윤실에서 제시한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에 따르면, 교회와 부교역자의 기본 의무와 동역기간, 사역시간, 사례비, 전별금, 휴일 및 휴가, 서약해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은 기윤실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검색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