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 4인4색칼럼 ]

이춘원 장로
2018년 01월 16일(화) 13:48

이춘원 장로
숲해설가ㆍ시인
한강교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태초의 상황이다. 이 때에 하나님은 "빛이 있으라" 말씀하셨고,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 후로 닷새 동안 궁창, 땅과 바다, 식물과 동물을 창조하시고 여섯째 날 비로소 인간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창조순서를 보면 먼저 자연을 만드시고 그 후에 인간을 만드신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먼저 만드신 후에 인간을 창조하셔서 자연 속에 인간이 거하게 하신 것이다. 

한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세상에서 열심히 살며 나름의 성취를 이루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자연으로 돌아오게 되는 상황으로 시작되는 이 프로그램은 건강, 믿음, 신뢰를 잃은 인간이 마지막에 찾는 곳이 깊은 산속, 자연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곳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연자들은 비로소 자연에 들어와 여유를 찾고 안식을 찾았다고 말한다. 피폐했던 정신이 맑아지고 신음하던 육체의 질병도 극복했다는 감동적인 사연들이 쏟아진다.

현대인의 삶은 고단하다.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고 있을지 모르나 정신적으로는 늘 조급하고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간다. 열심히 살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이 곁에 없어 외롭다.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나의 아픔을 몰라준다. 어떤 이들은 생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진정으로 그를 보듬어 줄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요즘 숲에 나가면 벌거벗고 휘파람을 부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겨울나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날, 벌고 벗고 바람과 마주 서 있는 나무를 보라. 그 나무가 어떻게 추위를 견디는가를 생각해보라. 물론 생리학적으로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수피를 두껍게 하고, 최소한의 수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한다. 동해와 냉해를 입지 않고 겨울을 나기 위하여 오랜 세월 터득해온 지혜를 발휘하며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나무는 엄동설한을 지나면 연둣빛 새순이 돋고, 꽃피는 봄이 온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깊은 신뢰다. 나무는 새 봄에 잎과 꽃을 피울 겨울눈을 갖고 있다. 아무리 추워도 이 겨울눈이 동해나 냉해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킨다. 자기의 삶이 최절정일 때, 광합성 작용이 가장 활발한 여름부터 만든 생명이다. 이 생명이 겨울을 잘 견디면 나무는 다시 태어난다. 이 소망이 있기에 나무는 겨울을 능히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겨울이 있다. 때로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혹독한 시련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때 겨울나무를 생각하자. 새 봄에 대한 소망으로 겨울추위를 극복해 내는 겨울나무를 생각하면 절망의 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사회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는 북한의 핵 위협과 열강들의 자국 이기주의 틈바구니에 빠져있고, 국내 정세는 적폐청산이다 보복정치다 서로 다투는 불안한 정국이다. 절망이라고 생각될 때 자연에서 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의 연약함도 아시고, 우리 인생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도 알고 계신다. 겨울나무가 새 생명을 품고 있는 한 연둣빛 소망이 피어날 날이 반드시 오듯이 우리에게도 새 봄이 꼭 올 것이다. 부활의 소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겨울나무를 보라. 겨울나무가 겨울바람을 만나 으스스 몸을 떨면서도 희망의 휘파람을 부는 소리를 들어보라. 자연은 왜 우리가 소망을 품고 살아가야 되는지를 오늘도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