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창간 72주년 기획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2>

[ 교단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8년 01월 16일(화) 12:06

본보 창간 72주년 기획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2>예수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 비아 돌로로사로 향하며 유대광야 너머로 발견한 무지개. 분쟁과 갈등 현장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평화와 사랑으로 변화되고, 무지개 색깔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가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사진=신동하 차장>

【이스라엘=신동하 차장】 예수그리스도가 태어나 자란 곳, 가르침의 자리, 십자가를 진 길, 부활의 장소 등 예수그리스도 생애와 사역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을 찾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나사렛, 베들레헴, 예루살렘에는 매년 전세계의 수많은 순례객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예수그리스도가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 사랑과 헌신의 도시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갈등속에 불편하게 공존하는 종교전쟁터가 되버렸다.

예수그리스도가 차별없는 평화를 구현하려 한 이스라엘 전역에 진정한 '샬롬'(히브리어: 평화)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예수그리스도의 흔적이 담긴 현장을 본보 창간 72주년 기획취재로 살펴본다.


* 비아 돌로로사

▲ 비아 돌로로사에는 예수님 공생애 당시의 예루살렘 돌길이 2m 정도 구간으로 남아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이 길을 밟으셨을 수도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개신교인으로서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백미는 십자가의 길인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방문이다. 슬픔의 길이자, 고난의 길이다.

빌라도법정에서 골고다언덕에 이르는 예수그리스도 십자가 수난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의 죄가 용서되고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는 것을 묵상하게 된다. 이 길에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14개의 지점이 있다.

비아 돌로로사로 향하며 유대광야를 지날 무렵, 예수그리스도가 40일 금식기도를 한 유대광야 너머로 무지개를 발견했다. 전 세계 분쟁과 갈등 현장이 예수그리스도가 보여주신 평화와 사랑으로 변화되고, 무지개 색깔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가 세워지기를 소망해 보았다.

비아 돌로로사 입구에 다다르자 비가 쏟아졌다. 우산과 우비를 꺼내는 건 외지인들 뿐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워낙 강우량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왠만한 비는 '축복'이라 생각하고 그냥 맞았다.

지점으로 향하는 길에 익숙하게 들어온 동방박사들이 예수께 바친 유향과 몰약, 그리고 향유인 나드를 판매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취재 자문과 안내를 해준 이강근 목사(유대학연구소 소장)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뭔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 비아 돌로로사를 지나는 길에 동방박사가 예수님께 바친 유향과 몰약, 그리고 향유인 나드를 판매하는 가게를 발견했다. <사진=신동하 차장>

14지점은 빌라도법정을 1지점으로 시작해 로마군인들이 가시관을 씌운 곳, 십자가를 지고가다 쓰러진 곳, 십자가에 못박힌 곳, 무덤에 장사지낸 곳 등 총 14곳의 현장을 말한다.

십자가를 진 지점이 나오면 순례객들은 눈물바다가 된다. 마침 비아 돌로로사를 찾은 C채널 '성지가 좋다' 순례단이 서로 번갈아가며 십자가를 지고 걸으면서는 찬송 144장 "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를 부르며 속죄의 눈물을 쏟아냈다.

비아 돌로로사의 한가지 특이점은 일부 구간에 예수그리스도 공생애 당시 예루살렘 길이 2m정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이 돌바닥을 실제 지났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 예수님탄생교회
순례객들을 더욱 경건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소는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한 곳에 세워진 예수님탄생교회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내외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순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입구 상하 길이가 1.2m로 짧다. 들어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기에 겸손하게 낮아지라는 의미로 느껴졌다.

▲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에 순례객이 손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예수님으로 인해 우리의 죄가 용서되고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 <사진=신동하 차장>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한 자리인 탄생동굴에 들어가려면 대기자가 많아 보통 수시간을 기다리지만 발빠른 선점으로 순례줄 제일앞에 섰다. 그래도 그곳의 소유권을 가진 아르메니아교회의 예배를 1시간 가량 기다렸다.

기다리며 탄생동굴 주변 대리석 장식을 보니 그동안 이곳을 찾은 각종 종파의 순례자들이 남겨놓은 이름과 방문년도가 다양한 언어의 글씨체로 새겨져 있었다. 십자가 음각도 모양이 제각각이다.

이강근 목사는 "시대를 거치며 새겨진 십자가 모양은 이 교회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추억해낼 수 있다"며 "종파 간의 소유권 분쟁과 나아가 국제분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현재 3개 종파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위해 이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가 탄생한 자리는 평화를 깨는 소유권 논쟁이 현재진행형이다.

▲ 예수님 탄생동굴 안에는 말구유 자리(사진 오른쪽 밑)도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 수태고지교회
말 그대로 마리아에게 수태를 고지한 곳에 세워진 교회다. 약 1500년 전 세워진 것으로 알려지며, 비잔틴시대와 십자군시대를 거치며 파괴와 복원을 반복하다 현재는 5번째 건축물이다.

교회 지붕은 백합 모양이다. 교회 정면 윗부분에는 마리아와 가브리엘천사의 모습, 중간 부분에는 4복음서의 상징, 출입문에는 예수그리스도의 일생을 부조로 묘사해 놓았다.

이강근 목사는 "1층은 기념교회이고 2층은 실질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곳인데, 이스라엘의 수많은 '기념교회' 중 흔치않은 층별 사용구조"라고 설명했다.

▲ 마리아에게 예수님 잉태를 고지한 곳에 세워진 수태고지교회. <사진=신동하 차장>


* 눈물교회
예수그리스도가 타락한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붕괴를 예언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린 곳, 이곳에 세워진 눈물교회의 외관은 눈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다. 지붕의 네 귀퉁이에는 눈물과 슬픔을 상징하는 형상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정면 제단 뒤의 십자가와 눈물을 상징하는 유리창틀 바깥으로 예루살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물교회를 둘러보고 나오며 출입구 바깥쪽에서 사각형 모양의 돌 무더기들을 발견했다. 언뜻 유물로 판단되어 돌의 사용처를 이강근 목사에게 물어보니 "납골함"이라고 설명했다. 1000년 넘게 이어져온 성지 안에 납골당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 눈물교회는 예수님이 타락한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붕괴를 예언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린 곳에 세워졌다. 십자가와 눈물을 상징하는 유리창틀 바깥으로 예루살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신동하 차장>


* 겟세마네교회
예수그리스도가 만찬 후 이곳에서 땀이 핏방울처럼 되도록 기도했다. 내부 중앙에 예수그리스도가 기도한 '고난의 바위'가 있다. 독특하게도 여러 나라가 건축에 참여한 '만국교회'이기도 하다.

▲ 예수님께서는 만찬 후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다. 강단 앞으로 예수님이 기도한 바위가 있는 겟세마네교회. <사진=신동하 차장>


* 갈릴리호수
이강근 목사가 새벽녘 기자를 깨우더니 갈릴리호수로 데려갔다. 정확히 새벽 5시였다. 밤새 호수를 돌다 동틀 무렵 복귀하는 어선을 보자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어부에게 요청해 고깃배를 타고 갈릴리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베드로가 그물을 던지다 부르심을 받았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베드로의 2000년 후배에게 어부로서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저녁에 나가서 12시간 정도 고된 작업을 하고 돌아온다"며 "주로 무스탄 부리 카시브라는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외지인들에게 베드로 고기라고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베드로의 2000년 후배어부를 만나 그의 고깃배를 타고 갈릴리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낚던 베드로는 훗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됐다. <사진=신동하 차장>

이강근 목사는 "갈릴리호수는 정부에서 엄격하게 수질을 관리한다. 그래서 어부들에 대한 자격심사가 엄격하다. 현재 갈릴리호수의 어부는 350명 정도다"라며 "예수님의 제자 중 대부분이 갈릴리에서 어부였던 것을 보면 알듯 이곳은 예전부터 깨끗한 물이 유입되어 물고기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점심식사로 오병이어의 기적에 등장하는 '베드로 고기'(Peter's fish)를 시식해봤다. 관광상품화 돼있다. 사실 별 맛은 없다. 당시 이런 물고기를 먹었구나 정도의 끄덕거림이 있을뿐이다.

식당 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1마리 몫을 대부분 남겼지만, 2000년 전에는 2마리(二魚)로 5000명이 먹었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족해졌지만 은혜는 2000년 전만 못하다. '풍요속의 빈곤'을 살고 있다.

▲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셨던 갈릴리호수. 2000년이 지난 현재 약 350명의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 팔복교회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산상수훈'이다. 팔복산, 혹은 수훈산으로 오늘날 믿어지는 장소는 갈릴리호수 북서부 해안으로 가버나움과 게네사렛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에 팔복교회가 세워졌다.

교회 지붕이 팔복(八福)을 의미하는 팔각형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교회의 앞뜰 포석에 정의, 자비, 겸손, 믿음, 소망, 인내 등의 상징물이 새겨져 있으며, 내부 8개의 유리창에는 라틴어로 팔복을 기록했다.

▲ 팔복교회 전경. 지붕이 팔복을 의미하는 팔각형으로 지어졌다. <사진=신동하 차장>


* 가이사랴
예수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가이사랴 빌립보에 이르러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물으실 때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나온다.

이곳은 유럽으로 복음이 건너간 시작점이자 전진기지다. 이방인 최초의 세례가 일어난 곳이며, 이에 앞서 예수그리스도에게 십자가형을 언도한 빌라도 총독의 관저가 있던 곳으로 전해진다.

이강근 목사는 "비잔틴시대 때 전 유대땅의 수도였으며, 빌라도 총독의 관저라는 것은 '빌라도'라는 이름이 적힌 석판이 발견되며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이방인 최초의 세례가 일어난 가이사랴의 전경. 이곳을 통해 유럽으로 복음이 전해졌다. <사진=신동하 차장>


* 베드로수위권교회와 베드로집터교회
예수그리스도의 수제자 하면 베드로를 떠올린다. 그는 으뜸 제자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모른다"고 배반하고, 결국 깊은 회개 후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그와 관련된 교회가 많다.

베드로수위권교회는 예수그리스도가 부활하여 베드로에게 나타나 그의 고백을 듣고 수위권을 부여했다고 전해진 장소인 갈릴리호수가에 있다.

내부는 검은 현무암 벽돌로 지어졌고, '그리스도의 식탁'으로 불리며 예수그리스도가 제자들과 식사를 한 바위로 여겨지는 큰 바위가 보존되어 있다. 교회 남쪽 아래 갈릴리호수가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있으며, 여기서 예수그리스도가 베드로를 불렀다고 추정한다.

▲ 성경 속 연자맷돌이 베드로집터교회 내부에 보존돼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예수그리스도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가버나움회당 앞으로는 베드로가 장모와 함께 살았던 집이 있었다. 현재도 남겨진 그 터 위에 베드로집터교회가 세워졌다.

이강근 목사는 "베드로집터교회는 최초의 '가정교회'로 보면된다. 이곳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마가복음 9장 42절에 나오는 연자맷돌을 처음으로 봤다. 성경 속 물건의 실체가 궁금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소자를 실족하게 한 자의 죄가 얼마나 큰지 설명할 때 등장하던 연자맷돌이다. 당시 로마법에는 중범죄자에게 연자맷돌을 달고 바다에 빠지게 하는 극형제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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