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없는 서비스, 이유 없는 서비스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8년 01월 02일(화) 14:19

독일 산업용 로봇업체 쿠카 로보틱스의 홍보 동영상을 보면 스포츠 대결에서 인간이 로봇에게 무너질 날이 머지 않을 것 같다. 쿠카의 산업용 로봇 팔은 탁구에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인다. 홍보영상에서 쿠카 로봇과 대결한 티모 볼(Timo Boll)은 독일 국가대표 선수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받았다. 세계 정상급 남자탁구 선수다. 영상에서 티모 볼은 로봇 팔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로봇과 탁구 선수가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 인간이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로봇 팔 탁구선수의 등장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변화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변화의 주동력은 정보화와 결합된 과학기술의 발달이다. 한국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실제 서비스는 오프라인을 통해서 제공받는 방식이다. 정보화에 따라서 온ㆍ오프라인 연결의 장점만 취하는 것이다. 핸드폰의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운 순서대로 검색해서 연결해 준다. 세차 중개 플랫폼도 개발되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서 세차가 필요한 고객을 매니저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준다.

동네에 몇 개씩 들어선 편의점은 본래 잡화점이었다. 요즘 편의점은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물건을 파는 잡화점을 넘어섰다. 택배나 차량 공유서비스 알선은 오래 전 이야기이다. 알뜰폰 통신서비스도 제공하고, 선불폰 칩도 판매한다. LG25는 에어부산과 제휴해서 항공권을 예약 발권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편의점을 유통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생활'과 연결된 영역을 제한없이 다루면서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서비스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도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서비스 업체 간의 경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케인스는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위험을 지적했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생산성 향상은 결국 실업의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깝게 되어 서비스의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가히 한계없는 서비스, 이유없는 서비스의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회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전문기관이나 연합단체, 전문NGO를 운영했다. 선교초기에는 병원과 학교, 고아원, 조산원, 한센병원과 요양원 등을 세웠다. 교회 안팎의 요구에 응답하여 방송국, 출판사, 언론사, 전문 선교단체, NGO 등을 운영했다. 근대화 과정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산업선교도 했다. 환경선교, 치유목회, 문화목회 등 새로운 목회적 선교적 대응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낀다. 각종 기관과 단체의 운영을 둘러싼 부조화와 불협화음도 겪고 있다. 공적으로 설립해서 운영했지만 사유화되는 문제도 보았다. 중대형 교회는 교인들과 지역사회의 요구에 나름대로 응답하지만 한국교회 대다수를 이루는 중소형 교회는 고민이 깊다.

사회가 요구하는 한계 없는 서비스, 이유 없는 서비스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시대를 읽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마을목회도 그런 대안의 하나인 것이다.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될 때 좀 더 적극적인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영생의 복음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로서 감당할 최고의 서비스일 것이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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