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ㆍ사랑ㆍ기도가 필요합니다

[ 땅끝에서온편지 ] <5> 선교사를 향한 사랑 ②

정균오 목사
2017년 12월 29일(금) 14:03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역할 때 동료선교사 아버님이 선교지에 오셨다. 아버님은 제법 큰 교회 시무장로셨다. 장로님이 아들선교사 집에 오셔서 함께 시간을 보내신 후 돌아가실 때 공항에 배웅을 나갔다. 공항에서 출국하시기 전에 아들 선교사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눈물을 훔치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아들을 선교사로 보내고 나서 제대로 발을 뻗고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특히 손자 손녀가 이렇게 추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피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선교에 부르심을 받고 어머님이 못 미더워 선교를 망설이고 있을 때 '하나님이 부르셨으면 선교지에 가야지 무엇을 망설이냐'고 하시며 나의 등을 떠 미셨던 필자의 어머님은 돌아가시기 전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 마음에 숨겨 놓으신 것을 말씀 하셨다. "아들, 나는 매일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러시아 쪽을 바라봐!"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과 손자 손녀가 그리워 매일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시다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을 다리한번 펴지 못하고 움츠려 주무시다 새벽기도회에 가서 선교사인 아들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셨다. 선교사를 자기자녀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선교사를 위해서 잠 못 이루는 사랑의 마음과 절실한 기도가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후원교회 담임목사와 선교담당자들이 선교사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때 선교사는 보람을 느끼게 되고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참고 견기며 이기는 힘과 용기가 생긴다. 또한 선교사로 하여금 후원교회를 사랑하고 후원교회 담임목사를 존경하게 만든다. 선교사로 하여금 더 충성하게 하고 헌신하게 만드는 것은 선교사역에 대한 감독과 평가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이다. 선교사에 대한 세심한 돌봄과 사랑이 선교사를 감동시키고 선교에 더 헌신하게 만든다.

선교사 대부분은 하나님 나라확장을 위해서 십자가 희생을 각오하고 목숨을 걸고 선교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선교사들은 결코 쉽지 않은 선교지에 적응하면서 마음과 몸이 병든다. 선교사가 병이 들면 병든 선교를 할 수밖에 없다. 선교사의 정신건강과 선교사역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신뢰와 사랑과 기도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다. 한국교회에는 선교사를 내 자식, 내 손자라고 생각하는 후원교회 장로님 권사님과 성도님들이 있기에 오늘도 수많은 선교사들이 위로를 받고 선교사역에 매진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여기까지 건강하게 살아서 사역을 하게하고 있음은 수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과 기도 때문이었다.

오늘은 문화센터 건축을 돕고 자원해서 터키선교사로 가서 사역하고 있는 세르게이 집사와 선교사학교를 졸업하고 오지에 들어가 있는 러시아교회 선교사들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세르게이 잘 지내? 별일 없어? 그럼 오케이, 잘 지내, 기도할게.'

정균오 목사/총회 파송 러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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