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연재해를 극복하라 ③ 지진피해 대처 사례-포항 기쁨의교회

[ 특집 ] "교회ㆍ관공서 한마음으로 재난 이겨내"

김정주
2017년 12월 27일(수) 09:49

김정주
기쁨의교회 대외업무 담당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를 진앙으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교회에서 북쪽으로 5km 떨어진 거리였다. 교회 역시 복지관 외벽 일부가 떨어져나갔고 건물 곳곳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있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주저앉거나 무너진 수준의 심각한 손상은 없었기에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직원들을 중심으로 대피와 상황 파악을 병행했다.

지진 발생 한 시간 후 한동대 측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천장 일부가 파손되는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해 휴교령을 내렸다는 연락이 왔다. 기숙사도 폐쇄했기에 학생들을 귀가 조치했으나 외국인 학생 및 교수 가족 150여 명이 당장 피난할 곳이 없어 교회로 대피할 수 있는 지 물어왔다. 기쁨의교회는 한동대 교수 및 직원, 학생들이 많이 출석하고 학교와 거리가 가까우며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내진 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담임목사는 즉각 수락하였고 직원 및 관계자들에게 준비를 하도록 요청했다.

여진의 강도와 빈도가 점차 줄고 긴급 대피가 마무리되자 기쁨의복지재단은 재난의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대책 상황실을 꾸렸다. 교회 장로이자 재난대응 업무에 경력이 있는 이사장과 법인국장은 한동대 외국인 학생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건물 피해 상황 진단 및 복구 대책을 수립했다. 우선 유선상으로 임시당회를 열어 수요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릴 것을 결정하고 전 성도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또 갑작스런 대피로 추위와 불안감을 느낄 외국인 학생들을 대접하기 위해 권사회 및 여전도회 회원 중 여력이 있는 인원을 투입했고 직원과 성도들은 손상된 타일을 제거하고 전등을 수리하는 등 주방과 식당부터 응급 복구를 시작했다.

외국인 유학생 및 교수 가족 150여 명이 순차적으로 도착했고 온돌 난방이 가능한 본당 2층 유아부, 유치부 예배공간을 외국인 학생 남ㆍ녀 숙소로, 본당 1층 영아부실을 가족 숙소로 제공했다. 각자 짐을 풀고 자리를 마련한 외국인 학생들이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했고 따뜻한 국물로 몸과 마음을 녹인 외국인 학생들은 안도감을 느끼며 감사를 표했다. 식사와 숙박할 공간은 해결되었지만 침낭, 세면도구 등 수면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도움이 필요했다.

기쁨의복지재단 요청에 평소 복지사역을 함께 해온 파트너인 포스코에서 침낭 200개를 보내줬다. 담요, 세면도구 등을 포함한 대한적십자사 구호키트 250박스가 포항시를 통해 지급됐다. 재난 발생 하루가 지나기 전에 긴급 구호품을 지급해 피난민들의 불편을 막은 포항시의 재난 대비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야간의 관리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재단 직원들로 당직근무를 짜서 상황실 운영을 지속했다. 아침 식사는 포스코에서 도시락을 제공하여 외국인 학생들을 든든히 챙겨주었고 점심, 저녁은 교회에서 정성껏 제공했다.

이틀 후, 외국인 학생들은 기숙사 건물의 안전 점검과 현장 정리를 마쳤기에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대피를 희망하는 일반 시민들은 더 늘어 50여 명을 수용하게 되었다. 추이를 지켜보던 포항시는 공식 이재민 대피소로 교회를 사용할 수 있는지 타진해왔다. 포항시는 교회가 자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재민들을 보호했다는 사실에서 지진 대피소로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교회 상황실에서 포항시와 구청 공무원, 기쁨의교회와 기쁨의복지재단 담당자들이 참석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갖고 10일간 기쁨의교회 복지관을 이재민들을 위한 지진 대피소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식사는 교회에서 감당하기로 했다. 지급품의 중복 지급 방지와 식사 인원 파악,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명찰 패용을 건의했고 받아들여졌다. 복지관 폐쇄로 장소 사용이 불가능해 주일 예배를 본당에서 세대간 연합 예배로 드리는 것으로 결정하고 전 성도에게 공지했다. 결혼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기존 공간을 대피시설에 맞게 재배치했다.

또한 당회원들도 당직을 정하여 매일 함께 근무를 섰다. 복지관 3층 체육관에는 바닥에 두꺼운 스트로폼과 장판이 깔리고 사생활 보호용 개인 천막 50여 동이 설치됐다. 복지관 1층 온돌 난방이 가능한 초등학생 예배공간은 간이 침대, 칸막이, 재난방송 시청용 TV 등이 설치되면서 대피 공간으로 변모했다. 경찰 공무원, 구급대원, 심리지원단, 자원봉사센터, 의료 봉사자 등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복지관 건물은 이재민 대피소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166명이 입소를 마쳤다.
주일은 세대간 연합예배를 드렸고 예배 이후부터는 각 공동체별로 한동대와 흥해 지역 교회 등 피해지역 환경정리 및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성도들은 이웃들을 도울 수 있음에 감사했다. 기쁨의교회 지진 대피소에는 섬김과 후원이 이어져 피자, 붕어빵 등을 직접 만들어 나눠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교회 이미용 봉사팀은 이재민들을 상대로 미용 봉사를 펼쳤고, 발마사지 사역, 어린이 예술활동, 영화 상영 등을 진행했다.

포항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교회 대피소로 이동해오는 인원은 점점 늘어 총 366명이라는 최대인원을 기록했다. 이후 여진이 잦아들고 시 차원에서 이재민 대책이 마련되면서 퇴소하는 인원이 생겼지만 포항시는 대피소 운영 연장을 요청했고 교회는 이를 수락하여 총 2주간을 더 운영했다. 지난 11월 30일 대피소 운영을 마무리 하며 그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은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는 이번 포항지진으로 형성된 재난에 대한 이미지를 극복하고 포항의 승리, 대한민국의 승리로 발전시키기 위해 세 겹 줄 정신을 강조하며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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