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도의 비종교인 증가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가족 구조의 변화가 '신앙 단절' 초래"

주성학 목사
2017년 12월 27일(수) 09:21

주성학 목사
총회파송 인도선교사

'종교의 나라'로 불리는 인도에선 여전히 다양한 종교 전통과 의식들이 삶과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인도 정부는 10년에 한 번씩 인구조사를 실시하는데, 최근 발표한 2011년 인구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구 구성에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지배 종교인 힌두교인의 숫자가 80% 미만으로 감소한 반면, 무슬림은 14.8%로 10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해 정치권과 힌두 공동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와 같은 토착 소수 종교인구의 숫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유의미한 결과 중 하나는 인도 정부가 비종교인에 대한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는 점이다. 

2011년 조사에서 0.24%의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종교인'이라 대답했고,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은 종교에 관한 질문에 자신의 종교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치, 경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혹은 종교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슬림 인구의 증가율은 24%로 조사됐는데, 이것은 무슬림의 적극적인 포교 활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그들의 사회, 경제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여성들의 문맹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고, 교육과 사회 진출의 기회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무슬림 여성들은 타종교 여성들에 비해 문자 해독률이 낮고, 경제적 상황도 평균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인도인의 종교성'에 관한 조사에서는 약 3%의 사람들이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은 비종교인'이라 대답했는데, '종교 박물관' 혹은 '종교의 나라'로 불리는 인도에서도 비종교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힌두교인의 수가 감소하고 비종교 인구가 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의 가치 체계와 가족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과거 카스트제도에 기반을 둔 지역 공동체는 제사, 축제, 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치와 종교적 전통을 계승했지만, 많은 사람이 직업과 교육의 기회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더이상 종교 활동 등의 공동체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도시에서 비종교인의 숫자가 0.32%로 농촌 지역의 0.2%보다 높게 조사됐는데, 이것은 도시화가 인도인의 종교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과거 '아들을 낳아 가문을 이어간다'고 생각했던 이전세대와 달리 젊은 부부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한 자녀 혹은 두 자녀를 선호하면서 저출산이 일반화됐고, 이것은 부모에게서 자녀로 이어지던 전통이 계승되지 못하게 되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경제 발전이 가져온 사회, 종교적 변화도 작지 않다. 1991년 이후 자유 경제 정책이 뿌리를 내리면서 '자본'이 '종교적 가치'를 넘어서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역과 계급을 넘어선 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서 힌두교를 기초로 한 전통 문화와 종교 이데올로기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거부감을 느끼게 됐으며, 이것은 기존의 신앙체계와 사회조직, 가치, 종교적 소속감의 쇠퇴를 가져왔다. 

또한 개인주의의 확산은 '기성세대의 질서'로 인식되는 전통 종교 시스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결국 힌두교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큰 장애를 초래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소수 종교에 속하는 기독교는(2.3%)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박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여성 신자들의 비율이 '남성 1000 대 여성 1023'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 증가율에 따른 성별 종교인구 조사에서도 2001년 대비 기독교 여성 인구 증가율이 남성 기독교인 숫자보다 높게 조사됐다. 이것은 가부장적 문화가 우세한 타종교와 달리 기독교는 남녀 평등과 여성들의 종교활동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타종교를 앞서기 때문이다. 인도 교회의 미래가 희망적인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역이 확장되고, 도시와 농촌 빈민들을 향한 적극적인 선교 활동, 경제적으로 안정된 장년층의 증가, 핍박 가운데서 신앙을 지켜내는 인내, 그리고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헌신하는 젊은 사역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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