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벨이 울릴 때'

[ 목양칼럼 ]

김수훈 목사
2017년 12월 26일(화) 10:04

딩동! 12월 첫날 제법 쌀쌀한 이른 아침 교회 사택에 초인종이 울렸다. 이른 아침에 누가 왔는지 목사로서는 약간 긴장(?)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교회 집사님이 자신의 딸과 함께 자그마한 예쁜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 이유는 오늘이 목사님 생신이라고 중학생 딸이 학교에 가기 전에 딸과 함께 목사님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드리고 가려고 왔단다. 케이크를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감격이었다.

그러나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는 그 사실보다 나를 더 감격하게 한 것은 그 집사님 딸의 순종이었다. 사실 청소년기의 자녀들이 부모의 말을 듣는 것보다 친구의 말을 더 좋아하는 시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그 집사님의 딸은 학교에 가는 그 바쁜 시간에 부모의 말을 따라 나에게 와서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불렀으니 말이다. 그 소녀가 누른 벨은 순종의 벨이었다.

몇 해 전 성탄새벽기도회와 성탄 축하예배 기도를 두 분의 장로님에게 부탁했었다. 그런데 한 분은 독감으로 고생이었다. 또 한분,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로님은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하시는데 성탄절이 투석을 하시는 날이었다. 투석하시기 직전에는 사실 많이 피곤하시다고 한다. 그런데 두 분 장로님 모두 힘들지만 기꺼이 순종하셨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장식을 위하여 수고해 주신 분들이 있다. 성탄의 멋진 배경 그림과 장식을 해준 손길들, 프로는 아니지만,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주었다.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목회가 기쁜 때는 언제일까? 짧은 목회를 통해서 느끼는 바로는 성도들이 기꺼이 기쁨으로 순종하고,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순종의 벨을 누르며 헌신할 때다. 나는 성경에 사무엘 선지자를 통하여 우리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긴다.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순종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말이다. 그러나 순종만큼 어려운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기에 하나님이 순종을 그렇게 귀히 여기셨나보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 순종함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지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를 인하여 기뻐하노니"(롬 16:19)

정말 좋은 소문은 순종의 소문이다. 하나님은 그런 순종의 소문이 난 교회와 성도를 축복하실 것이다. 나아가 목사로서 하나님 앞에 순종의 벨을 주저하지 말자.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 순종의 벨은 목회자 앞에도 있다. 순종의 벨이 울릴 때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다가올 새해 하나님이 더 많이 웃으시는 순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되어보자.

김수훈 목사 동빙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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