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멜라스'를 떠나는 그리스도인

[ 논설위원 칼럼 ]

김성경 목사
2017년 12월 19일(화) 13:27

"요란한 종소리에 제비들이 높이 날아오르면서, 바닷가에 눈부시게 우뚝 선 도시 오멜라스의 여름 축제는 시작되었다."

우리시대 대표적 SF 작가 어슐러 K.르귄의 1973년 작품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첫 구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묘사로 시작되는 도시 오멜라스. 그곳은 왕도 없고, 전쟁도 없고, 죄인도 없는 곳이요, 우리가 기대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이기도 하다. 더할 나위없이 행복해 보이는 도시 오멜라스(Omelas)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읽는 이들을 경악케 만드는 하나의 비밀, 그 도시가 움직이는 계약의 내용이 그것이다.

오멜라스의 아름다운 건물 지하방에 갇혀 있는 한 아이, 이 아이는 밤이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소리 내어 운다. 너무나 야윈 모습으로 고통 속에 있다. 오멜라스 사람들은 이 아이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들의 아이들이 열 살 즈음이 되면 이 아이에게 데려가 그 모습을 보게 한다. 이를 본 아이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만약 이 아이를 너무 불쌍히 여긴 나머지 아이를 데리고 나와 보살핀다면 당장 그날 그 순간부터 지금껏 오멜라스 사람들이 누려왔던 행복과 즐거움이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이 도시를 움직이는 계약의 내용이다. 이 아이를 본 그 때부터 이들은 선택앞에 서게 된다.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오멜라스(Omelas)'가 2017년 우리 곁에 다시 회자된 것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때문일 것이다. 그 뮤직비디오는 'Omelas'라는 낯선 단어 앞으로 우리를 소환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펼쳐진 오멜라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파했다. 우리에게 오멜라스는 장소라기보다 삶의 방식이다. 희생양을 담보로 보장되는 행복, 그 희생양을 외면할 때 내 행복이 유지되는 삶의 방식, 이것이 오멜라스 방식이었다. 불편한 진실을 눈 감는 것으로 오늘의 행복을 이어가려는 삶의 방식이다. 이를 선택한 자리마다 터져 나온 울음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우리 사회 아픈 곳곳이 바로 오멜라스 방식 때문임을 아프게 깨달았다.

"어떤 이들의 희생을 전제로 유지되는 행복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 앞에서 무엇이라고 대답하며 살고 있는가? "이 끔찍하면서도 달콤한 제안을 우리는 거부할 용기가 있는가?"라는 질문앞에 무엇이라고 답하고 있는가? 오멜라스 삶의 방식을 마주 대하며 사는 우리에게 거침없이 이런 질문이 쏟어진다.

2017년 우리는 변함없이 주님 오신 성탄을 맞이한다. 가장 높으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성육신하셨다. 예수님은 탄생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드러내셨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원하시며 끝까지 하나님의 뜻 앞에 순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은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하는 명확한 삶의 방식임을 탄생으로 밝히 드러내셨다. 그렇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오늘 우리가 이 오멜라스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며,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 이 오멜라스를 떠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젊은 청년들이 던진 메시지가 참으로 고맙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주어진 평화와 행복을 아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점에서 해야 하는 일, 그것은 오멜라스에서 떠나자고 손 내미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 위해 우리가 선택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세상에 제안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인들인 우리가 먼저 이 오멜라스를 떠나며 우리의 이웃을 향해 오멜라스를 떠나자고 손내미는 이 움직임이 이루어낼 희망이 기대되지 않는가?

주님 오신 성탄을 맞이하며 오멜라스를 떠나는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로 가득한 복된 날들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오멜라스를 떠난 우리를 통해 사회 곳곳이 웃음을 되찾는 2018년도를 기대해 본다. 

김성경 목사
연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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