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 NGO칼럼 ]

정인곤 사무국장
2017년 12월 13일(수) 10:20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여론은 기독교에 대해 비우호적이고 때때로 적대적이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신뢰도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목사는 먹사, 막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어느 대형교회의 목회지 대물림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원인을 찾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기독청년협의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청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청년의 교회/종교 인식 설문조사'다.

'청년의 교회/종교 인식 설문조사'는 총 39개 문항으로 종교생활 전반과 종교의 역할, 청년의 고민 등을 물었다. 설문에 응답한 86.7%가 개신교인인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종교에서 개신교는 58.5%에 그쳤다. 천주교는 15.3%, 불교는 13.8%, 기타는 8.0%였다. 이런 측면은 교회 출석과도 이어진다. 교회 출석하는 기독교인은 55.3%,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기독교인은 12.0%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주로 20대(60.0%)와 30대(29.3%)였고 다수(64.1%)가 서울경기에 거주한다. 학교와 직장으로 도시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데, 교회가 싫어서 떠난다는 걸 의미한다.

20, 30대 청년들이 교회에 대해서 갖는 불만들은 종교생활하지 않는 이유, 교회 옮긴 이유, 현재 출석하는 교회의 문제점, 현재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 교회 떠난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직간접으로 나타난다. 재정 불투명성,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과도한 교회건축, 차별/혐오적 발언 등이 높은 비율로 언급되었다. 교회의 문제로 오래 전부터 언급됐던 점들이다. 교회가 자정되지 못하고 개혁되지 못한 결과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 30대 청년들이 교회에 머무는 이유는 현재 종교를 선택한 이유, 종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선호하는 종교 이유 등을 묻는 질문에 담겨있는데, 20, 30대 교회 청년들은 마음의 평안, 내적인 평안을 꼽았다. 외부 활동(사회구조개혁 참여 유도, 정책 제안, 봉사활동)이나 외부와의 관계성(사회적 연대성, 인간관계 네트워크)보다 2배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요즘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을 묻는 질문에 취업이 53.7%, 돈(생계)이 22.1%, 진로가 15.7%에 달했다. 청년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높았다. 고통당하는 청년들이 의지하는 곳 중 하나가 교회라는 걸 의미한다.

청년들의 내면 더 깊이 들어가보자.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 다시 교회를 다닌다면 선호하는 교회를 묻는 질문에 작고 건강한 교회에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다. 이런 응답을 다른 질문에 대한 응답과 연결하면 다소 충격적이다.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이유(비기독교인)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로 나온 것이 얽매이기 싫어서(22.9%)였다. 교회를 옮긴 이유(기독교인)에선 이사 혹은 직장/학교 등으로 이주가 59%였다. 현재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유(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경우)에서는 시간이 없어서(27.4%)와 얽매이기 싫어서(29.9%)가 주요했다. 청년들의 내면엔 작고 건강한 교회를 원하지만 쉽게 교회를 떠나거나 옮기고 싶은 마음도 같이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 자체를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떠나는 청년들, 아직 머물러있는 청년들, 교회 바깥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이들은 단지 부당하거나 압박하는 사회구조의 피해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회에 적응하고 이익을 좇아 살기만 하지도 않는다. 청년들은 어느 세대보다 빠르게 사회변화에 대응하며 분투하고 있다. 대형화되고 권위적이며 이기적인 교회에 대해선 대단히 비판적이다. 동시에 각자도생의 시대에 고통당하고 있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동시에 대안을 찾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다.

정인곤 사무국장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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