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명의 노아가 되는 길

[ 연재 ]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보시기에 좋았더라(완)

최병성 목사
2017년 12월 13일(수) 10:09

해가 떠오르는 새벽 강가, 잠자리 애벌레가 차가운 강물 밖으로 나와 새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한다. 따스한 햇살에 몸이 마르자 등이 갈라지며 감추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나오고 뒤이어 꼬리가 나온다. 차곡차곡 접어놓은 손수건을 펼치듯 은빛 날개가 사르르 펴지고, 손오공의 지팡이 요술처럼 꼬리도 길어지면 잠시 뒤 그토록 그리던 하늘을 마음껏 날게 된다.

잠자리는 하늘을 나는 곤충이다. 그러나 강물 속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잠자리 애벌레는 물도 맑고 먹을 것도 많으니 평생 이곳에 살겠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물 밖으로 나와 하늘을 나는 모험을 감수한다. 잠자리 애벌레는 비록 물속에 살고 있지만, 하늘을 나는 꿈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가지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 하늘을 향함이라 해서 세상을 등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곳은 하늘이지만, 하나님나라에 가기까지 이 땅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과 동행하고, 이웃과 함께 하늘의 소망을 나누며 살아가는 터전이다. 하늘을 향하기 위해 우리는 땅에 올바로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환경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는 원인을 오늘 교회가 하늘을 잃어버림에서 찾을 수 있다. 하늘을 사모함은 영혼의 닻이 되어 우리를 하나님 안에 머물게 해준다. 그러나 하늘을 잃어버리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세상의 소유와 성공을 위한 거짓 하나님으로 대체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라, 그분께 무엇을 채워 주십사 요청하기 위해 힘 있어 보이는 해결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많은 신앙인들이 땅만 바라보며 살아간다. 마치 이 땅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하늘을 향함 없이 땅속에 뿌리만 가득한 것이다. 오늘 이 세상은 부와 높은 지위와 인기, 그리고 권력을 성공의 척도라고 여긴다. 
우리는 '소유, 소비, 능력이 성공의 지표'라는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분연히 깨어나야 한다. 교회를 병들게 하고,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부 지위 권력 인기의 마력에서 벗어나 예수가 걸어가신 작음 소박함 간소함 겸손 섬김이라는 새로운 길에서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한다. 

탐욕은 이 세상을 궁핍하게 만든다. 그러나 서로의 필요를 위해서는 모두가 넉넉하다. 넉넉함에 이르는 길은 많이 소유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검소한 삶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이제 교회는 환경파괴와 오염을 초래하는 소비사회를 향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이 지구를 지키는 또 한명의 노아를 찾고 계신다. 그러나 교회가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지키는 청지기 노아가 되는 길은 거창한 환경운동에 있지 않다. 슈마허는 "우리가 살아남고 자손이 계속 살아가도록 하고 싶으면, 대담하게 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꿈은 무엇일까? 소유의 굴레와 소비의 덫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예수를 따르는 소박한 삶은 위기로 치닫는 오늘의 지구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이다. 소박한 삶은 병든 한국교회를 살리고, 자기 자신과 이웃과 자연 사이에 평화를 회복하는 축복된 삶이요, 생명을 살리는 또 한명의 노아가 되는 길이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