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제사장의 마음, 예언자의 정신으로

[ 개혁 ]

김일곤 목사
2017년 12월 12일(화) 14:36

얼마 전 아내와 교회의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대안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라고 생각해! 나는 당신이 하나님만 바라보고 올곧게 진리를 전하는 목사였으면 좋겠어!"

지난 주일에는 공동의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재정 때문에 고심하며 '교회의 구성조직을 새롭게 해야겠다'는 내 생각을 전했다. 아내는 내게 "교회 재정은 당신 책임 아냐! 당신의 책임은 교회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하고 바른 목회를 하는 거라고 봐!" 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았고 마음에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돌아보게 된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곳곳에서 소리 높여 교회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개혁의 외침이 얼마나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다. 한국교회는 종교의 세속화, 이원론적이고 배타적인 교리로 인한 세상과의 두절, 목회자의 영성의 고갈, 도덕적 윤리적인 타락, 공동체성의 상실 등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풍에도 근간이 흔들리는 한국교회의 운명을 누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역사 속에서 교회개혁의 길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타락한 중세에 루터가 종교혁명을 일으킬 때도, 그들은 오직 하나님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데 전념했고, 하나님께만 복종하는 데 혼신을 다했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나님으로부터 부름 받은 주의 종들, 예언자들의 영혼이 깨어 있었고, 가슴이 뛰었고, 마음이 살아 있었다. 에스겔 선지자가 말한 '돌처럼 굳은 마음이 아니라 살처럼 부드러운 제사장의 마음이요, 피가 통하는 예언자의 정신'이었다. 다윗이 말한 '찢어지고 터진 심장'이었다.

한국교회가 복음의 능력으로 변화되고 다시 일어서는 길은 목사가 살아야 한다. 목사가 깨어나야 성도가 살고 교회가 살고 마을이 살고 민족이 살고 나라가 산다. 말라기 선지자는 사제를 가리켜 '야훼가 보낸 특사'라 했다. 특사는 자기를 보내신 분을 마땅히 경외하고 그분의 명에 자신을 드리는 것이 전부다. 백성은 지금 특사를 통해 전해지는 생명의 말씀을 애타게 듣고자 한다. 목사가 야곱처럼 진리의 말씀을 붙들고 밤새 씨름하는 간절함, 치열함, 정직함이 있을 때, 고통 중에 신음하는 백성을 섬기는 종으로 사는 기쁨이 충만할 때, 세상에 하나님의 계시가 밝히 드러나게 될 때, 한국교회는 예수정신으로 새롭게 개혁되리라고 믿는다.

김일곤 목사 / 산들바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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