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첫사랑

[ 목양칼럼 ]

김수훈 목사
2017년 12월 06일(수) 10:25

누구나 처음은 좋다. 처음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그 얼마나 설레고 행복한가? 그래서 무엇을 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늘에서 별을 따달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이끼 잔뜩 낀 돌멩이처럼 움직임이 점점 둔해진다. 어느새 신앙의 삶에 타성이라는 이끼가 잔뜩 끼어서 순종의 마음이 둔해진다. 첫 사랑의 감격으로 행복에 가득 찼던 그 순수했던 마음의 불꽃이 점점 희미해진다.

시작이 엊그제인데 돌아보니 벌써 12월이다.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이지만 또한 교회력으로는 새로운 시작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되면 언제나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이 있다. 주님이 오신 날을 기다리는 두근거림도 있지만 또 하나 어느 날 불쑥 열심히 섬기는 교회 봉사자들에게서 "목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하며 연락을 해올 때다. 그래서 만나면 이렇게 말한다. "목사님, 내년에는 봉사를 쉬겠습니다. 한 해 쉬고 다음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젠 쉬고 싶네요. 다른 사람에게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일할 자원은 별로 없고, 대안도 없는데 어떻게 하나 하는 목사의 마음은 답답하다. 

언제나처럼 그러면 나는 열심히 설득하고, 격려하고, 축복하며, 쉬지 않고 달려가기를 당부한다. 여러 가지 형편과 처지가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독려한다. 왜냐하면 신앙은 움직여야 살기 때문이다. 섬김은 우리의 신앙을 살게 하는 영적 운동이다. 신앙은 머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삶이 멈추면 멈춘 돌에 이끼가 끼듯 그리스도인 됨을 잊게 된다. 건강한 어린 아이는 움직인다. 만일 아이가 가만히 있다면 아픈 거다. 그러므로 신앙도 움직이지 않으면 병들기 십상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 법이다. 

섬김과 봉사는 우리의 신앙을 건강하게 하는 길이다. 그 섬김이 복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끝까지 순종이다. 하나님은 순종을 '너~무' 좋아하신다. 하나님은 그 어떤 제사보다도 순종에 감격하신다. 아브라함은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받은 사람이다. 순종에도 두 가지가 있다. 긍정적 순종과 부정적 순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순종이다. 하지만 사실 엄연히 다른 순종이다. 출발이 다르다. 부정적 순종은 억지로 하는 순종이다. 과수원에 일하러 가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싫어요' 하다가 나중에 가서 일했던 바로 그 아들이다. 기왕에 순종을 하려면 처음부터 예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은가? 긍정적 순종은 칭찬을 두 배로 받는다. 말로 감동이고, 행함으로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종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주님이 멈추라 하실 때까지 순종하는 것이다. 섬김은 우리의 신앙을 살게 하는 숨과 같다. 

내년에는 쉬겠다는 성도들의 소리를 들으면 목회자인 나도 때로는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목사도 왜 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안다. 하나님께 섬김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말이다. 2017년 시작할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출발했는가? 할 수 없이 억지로 부정적 순종이었다면 이제 마음을 새롭게 해보자.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그 주님의 첫 사랑을 깨워라. "응답하라, 첫 사랑!"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긍정적 순종으로 새해를 더 열심히 달려보지 않겠는가? 그래서 대림의 계절, 12월이 정말 행복한 시작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수훈 목사 동빙고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