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미학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12월 06일(수) 10:22

흔히 사진은 찰나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사진은 1/100 초 노출을 기본으로 하고, 길어야 1/8초, 짧으면 1/6,000초 범위에서 촬영한다. 천체 사진과 같은 특별한 경우만 1초 단위를 넘는 장노출로 촬영한다. 사진 촬영은 찰나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촬영이 찰나에 이루어져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고려할 요소는 생각보다 많다. 적어도 100가지는 넘을 것이다. 요즘 대세인 디카(디지탈 카메라)나 폰카(핸드폰 카메라)는 필름 감도나 조리개 값, 노출 시간 따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하지만 촬영하는 순간에 사진사가 결정해야 할 가짓수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 사진사는 감각적으로 수 십, 수 백 가지를 판단하면서 찍고 있다.

이를테면 촬영 순간의 '빛'이 사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빛은 각각 색온도가 다르다. 햇빛, 백열전등, 형광등 빛이 각각 색온도가 다르다. 빛의 강도도 영향을 미친다. 그 빛이 어느 각도에서 들어오는가도 중요하다. 피사체의 뒤에서 비치면 역광사진이 된다. 무대사진 촬영의 경우에는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빛이 비치고, 스트로보도 사용하는 관계로 여간 까다롭지 않다. 피사체의 색깔이나 명암도 빛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피사체'를 얼마나 담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가급적 피사체를 줄이고 집중해야 한다. 인물사진 촬영도 얼굴만 넣을지, 전신이나 반신을 넣을지 정해야 한다. 움직이는 어린이를 촬영하는 것은 성인을 촬영할 때와 전혀 다른 일이다. 사람은 사진촬영을 의식하기 때문에 인물과의 상호 교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구도를 말할 때 언급하는 '선'(線)도 중요하다. 특히 건물 내부에서 촬영할 때 선을 맞추지 않으면 어색한 사진이 되고 만다. 어쩌면 사진 촬영의 기초는 선에 달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디카나 폰카 외에 '카메라'의 종류도 많다. 전문적인 사진을 위해서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용한다. 요즘은 디지털 일안리플렉스카메라 외에 미러리스 카메라도 등장했다. 당연히 카메라의 바디와 렌즈도 직접 사진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촬영을 준비할 때부터 촬영을 마치는 순간까지 사진사는 수 십, 수 백 가지를 판단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래서 사진사의 '내공'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찰나에 얻은 사진은 영원한 가치를 담고 있다. 순간에 얻은 영원의 단면이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찰나의 미학은 삶의 아름다움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신앙에 있어서도 찰나의 미학은 중요하다. 창조부터 종말까지 이어지는 하나님의 시간에 비추면 인생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하며 살기에도 짧은 찰나를 살 뿐이다. 그 찰나의 순간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채울 때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내공이 좋은 사진사는 찰나에 집중한다. 피사체에 맞추어서 카메라와 렌즈를 고르고, 피사체에 집중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촬영하는 순간이 영원이나 되는 양 집중하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아름다운 인생을 살려면 집중해서 사랑하고 섬겨야 할 것이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포토샵이나 트리밍과 같은 후보정을 할 때도 있다. 아예 후보정을 전제로 로(Raw) 파일로 찍기도 한다. 인생의 후보정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그리스도의 은혜가 아닐까. 그 은혜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소망으로 이어진다. 후보정을 넘어서는 새로운 창조라고나 할까.

사진사들은 '원판 불변의 법칙'을 말한다. 후보정이 뛰어나도 원판이 좋아야 좋은 사진이 된다는 말이다. 찰나에 불과한 삶,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일생을 한결같이 정성껏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한국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인생이 찰나임을 잊고 사는 이들을 보게 된다. 아예 후보정을 전제로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후보정의 은혜는 감사한 은혜이지만, 찰나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삶을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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