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혁, 작은 일부터!

[ 개혁 ]

소종영 목사
2017년 11월 29일(수) 11:37

'개혁'이라는 단어가 이리도 절절하게 마음을 울린 적이 또 있을까? 수도 없이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종교개혁지를 찾아 순례하고 돌아와 마음을 다지는 계절,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와 새로운 500년을 바라보는 다짐의 목소리들이 아직 하늘로 오르기도 전에 듣게 되는 반 개혁적인 내용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엄청난 사고를 친 이 나라 교회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내가 나선다 해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내 자리에서 작은 개혁이라도 이루어 가며 목회하려고 한다.

지난해 말에 항존직 임직을 하면서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7명의 장로를 세우면서 무조건 2명은 여자로 할당을 했다. 앞으로는 더 그 수를 많게 하려 한다. 장로 가운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성찬식을 할 때는 검정색 정장을 입도록 했다. 임직패는 상장 형태의 종이로 대체했다. 은퇴할 때도 감사패나 공로패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리 한 이유는, 항존직은 공을 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와 헌신의 자리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임직을 할 때 보편적으로 헌금액수를 정하게 되는데 자유롭게 하도록 했다. 그리고 임직예배에 외부 목회자들을 최소한으로 초대해서 진행했다.

선교를 하는 일에도, 특별하게 하려고 몇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농촌교회에는 매달 선교비가 아니라(물론 선교비를 보내주는 교회도 있다) 전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을 보낸다. 농촌지역에서 의약품 전도가 효과적인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지역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를 일 년에 한 번씩 하면서 이를 위해 일 년 동안 목도리를 짜고, 수면양말을 떠서 준비를 한다. 한 땀 한 땀 손으로 뜬 뜨개질 제품을 통해 부모님을 섬기듯 지역 어르신을 섬긴다는 마음을 담는 것이다.

매년 1월이면 청년들을 중심으로 해서 라오스 선교를 나간다. 반드시 하는 사업이 바로 '화장실 지어주기 사업'이다. 교회들마다 선교지에서 우물을 파거나 집을 지어주는 일들은 많이 하는데, 실제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더니 화장실이었다.

개혁! 큰 일부터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루터도 처음 비텐베르크 성당에 섰을 때 이렇게 전 세계를 움직이는 개신교가 탄생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의 발걸음에 따라 나선 이들이 있었고 교회다운 교회들이 탄생을 했다.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우리 교회를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시선들 앞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목회자 그리고 교회들이 필요하다.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해나가다 보면 그게 바로 울림이 있는 개혁 아닐까?

소종영 목사 / 가장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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