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항쟁 '오월어머니집'의 김동건 목사

[ 이색목회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11월 29일(수) 08:49

 전남노회 전도목사 김동건 목사는 2010년 신대원 시절부터 5.18 민주항쟁에 헌신했던 여성, 어머니들을 위한 쉼터, '오월어머니집'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매주 두 차례 어머니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상담과 치유 사역을 비롯한 건강증진사업, 역사교육탐방, 오월정신 계승사업 등에 참여한다. 김 목사의 사역 현장을 일문일답을 통해 조명해 본다.
 


 -오월어머니집은 어떤 곳인가요?
 오월어머니집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들을 위한 쉼터이다. 1980년 5월, 광주로부터 시작된 목숨을 건 투쟁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켰다. 가혹한 투쟁으로 나섰던 가족들을 위한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나라 사랑의 염원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분들의 노고에 위안을 드리고자 작은 집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어머니들의 상담과 치유 사역, 건강검진, 한방물리치료, 노래교실, 전통문화교실 등의 건강증진사업, 국내외 민주화운동 유적지 탐방, 상담 및 어머니집 이야기 사례 출판사업, 국내외 민주단체 및 민주인사와 교류사업,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시민을 찾아 노고와 공로를 위로하고, 나아가 5월의 참뜻을 모든 시민들에게 알리는 오월어머니상 시상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한 목사님 사역은?
 1980년 5.18 이후 37년의 세월동안 어머니들은 고령이 되셨다. 모진세월의 풍파 속에 겪은 트라우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매주 월, 수요일 어머니들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들을 나누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예배를 드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회원 간에 다툼과 분쟁이 있을 때, 서로 평화를 위한 조정과 상담 등을 펼친다. 오월어머니집이 평화로운 공동체, 하나님의 나라와 같은 공동체를 지향하여 서로 협력하고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작은 실천을 위해 노력한다. 병원에 입원한 회원들에게 심방 및 예배, 생일을 맞이한 회원들에게 축복 및 파티 행사 등을 통해 활력을 불어 넣어주려고 노력한다. 또, 쉼터 출퇴근 차량운행, 오월어머니집 시설관리 등 어머니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한다.

 -목사 안수전부터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학창시절 대학 선교단체에서 사역할 때 장래 사역에 대한 기도 제목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소외되고 억압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돕는데 쓰임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호남신학대학교 대학원 재학 당시 부교역자로 사역했던 교회의 한 장로님으로부터 오월어머니집을 소개받았다. 특별히 1980년 대학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적이 있다. 민주화운동으로 학교가 너무 시끄럽고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당시 친구들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투사가 되었다. 이에 반해 나는 종교를 핑계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비겁한 사람이었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하나님의 사역자로 준비할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지난날의 용기 없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고민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사역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교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한국교회는 역사와 진리의 터 위에 세워져 있다. 한국교회는 역사와 진리를 부정 할수도 없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교회의 본분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인류의 평화와 정의사회를 실현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권력과 결탁해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권력을 욕심내 참된 역사를 왜곡하는 정의롭지 못하다. 1980년 5.18 당시 어두웠던 시대에 진실과 정의를 위해 앞장섰던 신앙 선배들의 양심적 운동과 그들의 숭고한 생명의 가치, 명예가 정의롭지 못한 교회에 더 이상 짓밟히지 않길 바란다.


 -최근 정치권의 5.18관련 특별법 제정 추진에 따른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별법 제정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과거사 청산, 5.18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은 아직도 5.18이 북한군의 개입으로 인해 시민들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유가족들에게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더 이상 5.18이 선거 때마다 거론된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 문제를 다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믿음을 갖고 있는 소위 크리스찬이라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따가운 시선이 가장 힘들다. 인정받는 목사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는 목사, 기도하는 목사의 모습으로 비치거나 인식되어야 유능한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다루거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큰 모험으로 여긴다. 목사가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도 성도들이 함께하지 않고 관망만하고 있다면 결국 그 현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전문성, 다양성을 겸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갈 방향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외형적인 성장과 성공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구체적 실현 방법들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넘쳐나는 복음의 홍수 속에 넘치는 인적 자원, 또 거기에 반해 변하지 않는 교회의 프로그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목회해야 할 현장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마을과 지역 안에서 교회가 할 역할들을 찾으면 섬겨야 할 사역지는 많다.

-오월어머니집과 목사님의 또 다른 계획은?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다. 어머니들이 충분히 쉼을 누릴 수 있는 쉼터로서 더 좋은 환경과 전문적인 돌봄, 의료시설 등이 필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것들을 실현해 보고 싶다. 아울러 오월어머니집이 열린 공간으로서 우리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전국적, 세계적인 민주, 평화 인권의 삶이 현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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