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 존엄과 인권 누리는 세상

[ 교단 ] 총회 인권주일 담화문

최기학, 한상영 목사
2017년 11월 28일(화) 16:09

우리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되었음을 믿습니다(창1:27). 이 고백 위에 서있는 모든 하나님의 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믿음의 실천이며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말씀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응답하는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총회는 제74회 총회(1989년) 결의로 매년 12월 첫째 주일을 총회 인권주일로 제정하여 인권에 관한 우리의 수호와 실천 의지를 다잡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기 형상대로' 창조하시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창조질서 속에 포함시켰고, 이 진리로 포섭할 수 없는 인권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하셨습니다. 소득, 장애, 성별, 연령, 지역 등에 근거하여 장벽을 쌓는 것은 하나님의 선하시고 완전하신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어떠한 제도나 인위적 관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우리가 지키고 옹호해야할 인권의 범위를 가시적 교회나 교인의 지위로만 한정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총회가 이번 회기 주제로 삼은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 그리고 그 실천인 '마을목회' 활성화는 이러한 인권에 대한 신앙적 고백과 잇닿아 있습니다. 이 주제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목적(요3:16)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그분의 삶(마9:35)이 교회의 사명임을 우리는 증언합니다. 하나님의 독생자는 이 '세상', 나사렛 '마을'로 오셨습니다. 그분은 땅위의 길을 걸으며 '도시와 마을'을 다니셨고, 그 마을 속에서 그릇된 교리와 관습, 법의 이름으로 차별에 시달리던 이들의 편이 되셨습니다(눅4:16~21).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자들과 특권의 광휘에 취한 세력들의 수런거림 속에서도 예수님은 존엄을 짓밟힌 인간의 편이 되셨고, 인권을 멸시하는 불의한 구조가 성전과 마을을 오염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거룩한 교회'는 세상과 마을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실천적 존재이며, 우리가 '다시 세상 속'으로 향하는 이유는 교회의 성장이 아닌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요구하는 것은 그 실천의 첫걸음이며 교회가 마땅히 헌신해야할 선교의 영역입니다. 그러기에 '마을 목회'의 목적지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두텁게 보호되는 '정의로운 마을 만들기'가 되어야 합니다.

작금의 시대가 민주화의 안착과 경제성장의 과실을 수확한다지만 아직도 우리가 속한 마을에는 인권의 본질과 같은 '생존을 위협받지 않을 권리'를 빼앗기거나 '조건 없이 누려야할 인간의 존엄'을 짓밟힌 채 살아가는 이웃이 엄존합니다. 예수님은 나사렛 마을의 그러한 이웃들과 함께하셨고, 나사렛 마을 사람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요19:19). 부활 후에도 로마의 심장부가 아닌 갈릴리 한 마을에 오셔서 슬픈 자들을 위로하고 승천하셨습니다(마28:10). 반인권적 지배와 정복으로 상징되던 '제국' 로마의 붕괴가 변방 '마을' 나사렛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교회가 지금 향하는 마을이 작거나 변방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우리를 통해 인권이 회복되고, 정의로운 마을이 만들어져 간다면 언젠가는 그 마을과 교회가 온 세상의 반인권적 구조에 균열을 가하는 도구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 세상 모든 마을을 억압과 차별의 서식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마땅한 존엄과 인권을 누리며 사는 마을로 변화시켜 가기위해, 오늘도 '다시 세상 속으로' 향하는 '거룩한 교회'가 됩시다. 여러분들의 발자국 위에 '나사렛 마을 예수'의 흔적이 새겨지길 기도합니다.

2017년 12월 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총회장 최 기 학 목사
인권위원장 한 상 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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