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만나는 고흐의 불꽃 같은 삶

[ 문화 ] 최근 고흐 소재 애니메이션, 뮤지컬, 연극 등 봇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11월 22일(수) 11:17
   

지독한 고독과 가난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궜던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불안한 정신세계로 발작을 거듭했음에도 그는 8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900여 점에 달하는 그림과 1700여 점에 이르는 스케치를 남길 정도로 엄청난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다. 젊은 시절 신앙에 심취해 신학공부를 하고 벨기에 보리나주에서 전도사 생활을 한 그는 그곳에서 매일 매일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노동하는 광부와 농부 등 노동자들에게 애정을 보였고, 후에 화가가 되어서도 자연과 함께 서민들은 고흐의 주요 작품 소재가 되었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매번 거래가 될 때마다 한 점에 수백억을 호가하는 그의 그림만큼이나 그의 강렬한 삶은 타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올 연말에도 고흐의 불꽃 같은 삶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연극으로 각색되어 우리를 찾아왔다. 열정적인 고흐의 삶, 그리고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 된 그의 작품과 함께 늦가을 낙엽처럼 바삭하게 말라버린 정서에 촉촉한 물기를 부어주는 것은 어떨까?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러빙 빈센트'는 고흐가 남긴 명작 130점을 바탕으로 만든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에서 살아 숨 쉬는 고흐의 명화를 만나볼 수 있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891년 여름, 청년 아르망 룰랭이 우체부인 아버지 조셉 룰랭으로부터 1년 전 자살한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남긴 편지를 전해받는다. 고흐와 친구였던 아버지는 아들 아르망에게 그 편지를 테오에게 전하라고 말한다. 편지를 가지고 파리로 간 아르망은 테오가 형을 따라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흐가 죽기 전 머물렀던 마을 오베르쉬아즈을 찾아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고흐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그의 삶을 탐구해나간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의 제작기간 동안 6만장의 유화, 107명의 예술가들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이 영화는 움직이는 장면마다 섬세한 붓터치를 통해 고흐의 독특한 화풍이 매력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 영화 안에는 고흐가 그렸던 130편의 걸작이 담겨 있어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라면 시각적 만족감을 크게 느낄만한 영화다. 제41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관객상을 받는 등 국제 영화제에서도 호평받았다.

#3D 영상으로 펼쳐지는 고흐의 명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연출 김규종)'는 지난 4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와 그가 남긴 수많은 명작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은 공연이 올려질 때마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공연에서는 3D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한 영상 기술을 통해 고흐의 명작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최근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서정적인 음악도 인상적이라는 평가. 최근 일본과 중국 진출에 연이어 성공하고 오는 12월에는 중국 재공연을 앞두고 있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천재와 천재의 이상한 만남, 연극 '고흐+이상, 나쁜 피'

연극 '고흐+이상, 나쁜 피'가 지난 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2년, 2014년 각각 다른 스타일의 연출로 공연되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제목처럼 다른 시대와 장소를 산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우리나라의 천재 작가 이상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극에는 고흐의 동거녀였던 거리의 창녀 시엥과 이상의 동거녀였던 금홍, 고흐의 동료화가 고갱, 닥터 가셰 등이 등장한다.

고흐가 가장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했으나 정신질환이 극심해져 귀를 자른 곳으로 알려진 아를의 노란 방이 주요 무대이다.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차 한적한 시골로 내려온 이상이 고흐의 방을 동시에 계약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으로 시작하는 극은 시종일관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가 교차하며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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