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신학 세우기

[ 논설위원 칼럼 ]

오규훈 총장
2017년 11월 22일(수) 09:56

영남신학대학교는 지난 10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교회 신학세우기' 학술세미나를 가졌다. 1500개 교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한지라 남다른 가치가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앞으로 21세기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과 성장을 위해 많은 유익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왜냐하면 21세기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 생태계의 주축은 작은 교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미나를 마친 후 큰 교회 목사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왜 작은 교회와 큰 교회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면서 큰 교회들을 비판적으로 보느냐는 것이었다. 성장과 번영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들었다. 작은 교회 용어를 다른 용어로 바꾸면 좋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모두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이 섞인 조언이라 감사하게 받았다. 이런 조언들을 염두에 두면서 작은 교회 신학이 의도하는 핵심 내용 두 가지를 설명한다.

첫째, 작은 교회 신학은 큰 교회와 구별을 통해 신학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정립하면서 한국교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대안 제시와 방향성을 결정한다.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교회 전체의 약 78%가 50명 미만의 교회이며 150명 미만으로 분류하면 85%가 작은 교회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절대 다수가 작은 교회들이다. 숫자적으로만 본다면 한국교회를 작은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작은 교회 신학의 기본 의도는 교회의 양적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상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교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결과로 주어지는 양적 성장을 결코 거부하지 않고 하나님의 축복으로 감사하게 받는다.

작은 교회 신학은 규모가 본질 자체는 아니지만 규모가 본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을 취한다. 규모가 커지면 유익이 많다. 하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많아진다. 그 문제점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한국교회의 문제들이다. 물론 큰 교회가 문제고 작은 교회만이 정상이라는 이분법을 취하지 않는다. 작은 교회도 문제가 많다. 다만 큰 교회일수록 작은 교회의 잠재적 문제들이 가시화되고 보편화되면서 세속화와 타락의 위험성이 많아진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그런 점에서 작은 교회 신학은 작은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작은 교회 신학은 큰 교회와의 협력과 지원을 전제하며 나아간다.
작은 교회 신학이 구별된 정체성 확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작은 교회가 큰 교회와의 건강하고 효율적인 연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는 큰 교회들이 한국교회에서 감당하고 있는 여러 차원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지원과 협력을 기대한다. 총회는 이 연합을 고려하여 미자립교회 지원이나 동반성장 등의 지원책이 목회자 생활비 지원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목회적 지원과 교회성장을 이끌어내는 단계로 제고해야 한다. 목회자보다는 교회를 살리는 목회적 지원이 함께 제공되는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다.

앞으로 작은 교회 신학은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바람직한 연합을 위한 다양한 모델들을 연구하고 제시하고자 한다. 2017년 102기 총회가 공식적으로 마을 목회 지원을 구체적인 목표로 정했다. 부총회장도 작은 교회를 지원하는 일에 관심과 의지를 표명했다. 작은 교회신학이 이러한 총회의 방향과 정책수립을 위한 신학적 및 목회적 토대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오규훈 총장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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