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갈라지고, 지진 피해 컸던 포항 지역 교회들

[ 교단 ] 총회, 종교시설 보상 위한 정부 대응 펼쳐 나가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11월 20일(월) 09:48

【포항=임성국 기자】규모 5.4, 기상청 관측이래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진. 이 지진으로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이 흔들렸다. 지진의 여파는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한반도 남쪽 전역을 강타했다. 수능이 연기됐고 수많은 이재민이 불안에 떨었다.

지진 발생 후 3일 째, 17일 금요일. 여전히 포항은 떨었다. 이른 새벽부터 여진이 계속돼 주민들의 두려움과 불안증세는 커졌다. 포항행 KTX는 서행했고, 골목 어귀마다 2차 피해를 위해 점검 중인 정부 관계자, 피해 복구에 나선 군 병력들의 발길은 분주했다. 정부가 피해 파악 중이지만 대성아파트 초등학교 원룸 등 수많은 건물의 철거가 불가피해 질 정도로 파장은 크다. 피해 규모만 5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배당 노후화, 내진설계 미적용 교회 피해 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역 교회들의 피해가 눈에 띌 만큼 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15일 지진 직후 긴급 실행위원회를 갖고, 지역 포항노회와 긴급히 소통하며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총회장 최기학 목사를 비롯한 임원과 사회봉사부 관계자가 17일 새벽, 지체없이 포항을 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20일 현재 포항노회가 집계한 피해 교회는 18곳 이고, 경남노회 1개, 평북노회 1개 교회도 추가 파악됐다. 포항노회 관계자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피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피해 교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진원지가 내륙이고 깊이가 얕아 교회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예배당 노후화가 심각하고, 내진설계 적용이 안 된 건물이 많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포항지역 20개 교회 지진피해

오전 10시. 총회 임원단과 포항노회, 포항남노회 관계자들이 포항노회 흥해교회(김영달 목사 시무)를 찾았다. 하지만 예배당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 출입 금지선이 예배당 주변을 둘러싼 상태다. 외벽 틈 곳곳이 갈라졌고, 붉은색 벽돌은 쏟아졌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다. 지붕 꼭대기 십자가탑은 기울어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10m 땅 아래로 떨어질 처지다. 교육관 식당 화장실 모든 곳이 갈라졌다. 타일은 떨어져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흥해읍 칠포로 마을 중심에 있는 흥안교회(김두천 목사 시무) 예배당도 출입 불가다. 입구부터 지붕까지 무너져 내렸다. 추가 붕괴 조짐마저 보인다.

포항영락교회(김선흥 목사 시무)는 2년 전 예배당을 비롯해 교회 전체를 리모델링을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교회 십자가종탑이 무너져 본당 지붕으로 떨어지면서 예배당 지붕 및 본당을 파손했다. 복구에 힘을 쏟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커 복구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던 큰 건물, 포항장성교회(박석진 목사 시무)도 예배당 지붕 일부가 내려앉아 피해를 입었다. 항도교회(임명운 목사 시무)는 교회 입구 벽면이 파손됐고, 예배당 곳곳이 갈라져 예배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포항제일교회는 선교관 상단의 대리석 파손, 외벽 시계가 떨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곡강교회(김종하 목사 시무) 사택은 재건축해야 할 정도의 붕괴 직전에 놓여있다. 사택 내 모든 물건을 외부로 이동한 상태다. 또 달전제일교회(유승대 목사 시무)와 늘푸른교회(김해룡 목사)는 옥상 물탱크가 터졌고, 팔복교회(이현목 목사 시무)는 수도관 파열 및 예배당 타일이 훼손됐다. 소망교회(황무경 목사 시무)도 피아노, 정수기, 주방용품, 십자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피해 지역 대부분의 교회가 벽면 균열로 보수 공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도할 뿐, 총회 종교시설 보상 위한 정부 대응 펼쳐야

곡강교회 김종하 목사는 "현재로는 대책이 없다. 동역하는 목회자 사택 및 여관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재해지역 선포가 돼 보상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교회 예산만으로는 사택 건축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흥해교회 김영달 목사는 "18일 주일 선교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 벽면이 계속 갈라지면서 붕괴 위험이 높아져 예배당은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지난해 경주 지진 때 종교시설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어 걱정이 크다. 총회가 피해 입은 교회들에 대한 파악에 나서주시고, 정부로부터 보상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총회장 최기학 목사와 사회봉사부 관계자들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피해 복구를 위한 전국교회의 기도와 사랑을 요청했다.
 총회장 최기학 목사는 "지진으로 겪은 위기가 기회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위로가 포항 지역 교회, 포항 시민들과 함께 하시길 기도한다"며, "이 땅의 지진이 성령의 지진이 되어 상처 입은 치유자를 치유하고, 회복케하는 데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쓰임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총회 사회봉사부 권위영 목사는 포항 지역 교회 및 주민 지원을 위한 전국교회의 사랑과 기도를 요청하며, 총회 공식 후원 창구를 통해 사랑의 마음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후원 계좌번호 (예장총회) 신한은행140-005-69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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