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종교개혁500주년세미나-통일 대비(장신대)

[ 총회 종교개혁500주년세미나 ] "대북 선교, 이념 초월해 본질로 돌아가자"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7년 11월 15일(수) 13:45
   
▲ 지난 10월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진행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 세미나.

종교개혁과 남북통일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한반도의 위기감 고조와 주변 강대국들의 정치적 역학 관계 속에 도대체 한국교회는 통일을 위해 어떤 변화와 개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일까?

총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이만규)가 진행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네번째 모임이 지난 10월 26일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임성빈)에서 진행됐다.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서울강북지역노회협의회(회장:박순태)와 함께 준비한 이번 세미나에선 숭실대 조은식 교수와 장신대 고재길 교수가 각각 '통일을 대비한 한국교회의 사명'과 '남북한 문화 통합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특히 이날 두 발제자는 공통적으로 교회가 북한 선교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점들을 지적하며, 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천사례들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먼저 종교개혁과 남북통일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조은식 교수는 '종교개혁이 추구한 교회의 회복과 통일이 지향하는 화평의 회복이 갖는 유사성'을 제시하며, "종교개혁자들이 당시의 계층, 체제, 이념을 초월해 성경 중심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도 그 동안 대북지원 과정에서 보여줬던 부적절한 모습을 내려놓고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들이 통일 이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진정한 통일을 위해 남한 사람들이 포용과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회가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남한과 북한의 문화적 차이의 심각성을 논거로 동포라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청한 고재길 교수는 "그 동안 통일을 말할 때 항상 등장하던 '단일 민족의 결합'이라는 당위성이 현실과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한반도의 통일은 이질화된 두 사회의 통합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현존하는 다름의 가치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통합하기 위한 '공존의 연습'을 요청했다.

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에 대해선 두 발제자 모두 교육의 중요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정치적 물리적 통일보다 사회적 문화적 통일이 중요함을 말하며, 공동체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기독교 교육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유럽의 종교개혁이 기독교만의 변화가 아닌 사회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에 무게를 두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이 교회와 신학교에 요청하고 있는 메시지를 잘 포착해 실천적 신앙으로 이어가자"고 말했다. 서울강북지역노회협의회장 박순태 장로도 "500년 전 종교개혁은 지금도 우리에게 '나는 개혁의 주체인가' 혹은 '개혁의 대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며, "통일의 과정은 개혁의 정신을 계승해 온 한국교회에게 사랑과 섬김의 본질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 요약-

#1 통일 준비, 십자가 정신으로

한국교회는 재개혁돼야 하고, 그로인해 사회도 새롭게 변혁돼야 한다. 아울러 종교개혁에 근거한 믿음이 우리의 삶을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진정한 사랑, 섬김, 헌신의 자세로 통일을 준비할 때 화해와 통일이 한반도 구원의 한 과정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는 잠언 말씀이 떠오른다. 오늘과 같은 위기의 때엔 성경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지혜와 은혜를 구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북한선교를 점검하고 믿음 안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전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그 동안의 북한선교는 개혁교회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개혁교회의 정신과는 달리 하나님의 선교를 자기 과시의 장으로 왜곡해 개인의 선교, 개교회의 선교, 개교단의 선교로 변질시킨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랑과 헌신으로 감당해야 하는 북한 선교를 업적위주로 변질시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왜곡과 변질의 근저에는 물질주의와 세속적 성공주의가 있다. 이것은 성경이 중심이 아닌 개인이 선교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믿음이 아닌 물질을 의존했기 때문이며, 이것은 은혜보다 성과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회개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이다.

개혁신학연구센터 안인섭 교수는 종교개혁정신에 근거해 세 가지 통일 정신을 제시한다. 첫째는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성경이 통일의 교과서가 돼야 한다. 둘째는 인간의 공로를 가지고 계산적으로 북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셋째로 물질 중심으로 통일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정으로 영적 간절함으로 통일을 도모해야 한다.
개혁교회가 여전히 개혁돼야 하는 것처럼 한국교회도 개혁돼야 한다. 한국교회가 개혁되고 거듭나야 한반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일 준비도 개혁교회 정신에 맞춰야 한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기억하며 통일을 준비하자. 통일 준비는 요란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정신으로 묵묵히 감당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은식 교수(숭실대학교)


#2 문화 이질성 극복이 관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과 남북통일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필자는 루터가 강조한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관해 말하고 싶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상호 관계성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루터는 부패한 교황청과 사제 권력과 맞서 싸웠지만 그가 추구했던 자유는 자기의 유익만을 구하지 않았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주인과 종의 상호관계성 안에서 나타난다. 
한국교회는 자유 안에서 참된 주인과 진정한 종으로 사셨던 예수님을 알고 있다. 한국교회는 종으로 섬기는 삶 속에서 주인이 누리는 자유를 경험하길 원할까? 그것을 원한다면 한국교회는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교회는 다문화적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북한 이탈주민들과 다문화 주민들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가야한다. 기독교적 상호 문화의 가능성에 대해 더 연구하고, 상호 문화적 통일 담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강화하고, 환대의 윤리를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 과정에서 분단된 남북한은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통일국가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통합의 길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문화를 통합하는 일은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북한의 문화통합의 사례는 이미 남한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한문화 속에 적응하거나 또는 부적응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경험은 통일 이후의 남북한의 문화통합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면서 경험하는 남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판단도 남북한의 문화통합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준다.

교회는 나와 다른 사람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환영하는 '환대의 윤리'를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와 함께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약자를 환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정의와 함께하는 환대의 윤리는 단순한 시혜의 제공을 넘어선다, 그것은 '정의롭고 평등한 삶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까지를 포함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고재길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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