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기관, 희망을 찾다 ③ 연합기관의 미래

[ 특집 ] 미래, 교회들 참여 확대에 달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7년 11월 14일(화) 15:19

갈라진 교회를 하나되게 하는 에큐메니칼운동은 "주도 한 분이시요 믿음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라는 성서의 말씀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에큐메니칼운동은 지금까지 일치와 갱신을 앞세워 교회가 하나되게 하는데 앞장서왔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한국교회 안에서의 에큐메니칼운동은 여러가지 이유로 그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듯하다.

93년 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부터 출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한국 교회의 일치와 협력,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해 기여해왔다.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서 왔던 NCCK는 오늘에 이르러 그 지도력이 확연히 줄어들어 새로운 변화가 요청된다. 이에 비해 1989년 출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012년 한국교회연합과 분열했고 한교연은 다시 한국교회총연합회와 통합해 2017년 한국기독교연합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NCCK가 지도력 부재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면 보수 연합기관들은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며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늘날 교회연합 기관들이 겪는 위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개교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가 만연한 한국교회 안에서 교회연합 기관들이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사실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를 지향하는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분열을 거듭하며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개교회 중심의 목회는 자신을 절대화하거나 목적으로 삼게 되고 개교회 성장을 위해 교회간 경쟁을 불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한낯 구호로 거치고 말았다. 따라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가능한 한국 전체 교단과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교회의 참여없이 교회연합운동은 불가능하다. 교회연합운동의 주제인 정의와 평화 인권 민주화 등의 시대적인 과제에 개교회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연합 기관들은 개교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실 지금까지 교회연합운동은 소수에 의해 독점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에만 집중하면서 교회들로부터 관심은 얻지 못했다. 심지어 교회연합운동은 반 교회ㆍ탈 교회 운동으로 오도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결국 편향된 이슈와 개교회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중화를 이루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보수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연합 기관의 분열과 갈등에 힘을 소진한 결과, 정작 사회적인 이슈에 대응할 동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제시한 과제는 오히려 사회로부터 기독교 이기주의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걸음 나아가 교회연합운동은 교단 참여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 속에서 개교회들이 함께 실천할 때 가능하다. 몇몇 교단이나 몇몇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연합운동을 한다고 해서 연합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평상시 지역사회 안에서 개교회들이 서로 협력해 지역 복음화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교회연합운동은 결실을 맺게 된다. 무엇보다 작은 교회들도 함께 동참할 때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오늘날 교회연합운동에 있어 개교회의 관심을 끌어내는 작업과 함께 관심을 갖져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남북 평화통일이다. 남북 분단 63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의 상황은 오히려 핵무기와 전쟁의 위협, 주변 강대국의 횡포 등으로 한반도는 더욱 불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 특히 교회연합기관의 남북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 군사정권 시절에는 한반도의 남북통일 논의가 금기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남북분단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을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은 지난 20년간 교회연합운동이 추구해 온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냉전 체제 하에서도 NCCK는 세계교회의 지원을 받아 남북교회 대표자들과 만남을 성사시키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고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왔다. 특히 NCCK는 평화통일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한국교회에 이를 주지시키는 데 앞장서 왔다.

1981년 한독교회협의회를 시작으로 1984년 일본 도잔소 모임과 1988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2차 남북교회 지도자 모임을 갖고 세계교회 도움을 호소하며 신앙으로 평화통일에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NCCK는 1988년 남북상호 불가침조약과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남북 비핵화선언 등의 내용을 담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했다. 1995년에는 평화통일 희년의 해로 선포하고 그해 진보와 보수교회가 함께 북한동포돕기 운동에 펼치기도 했다. 평화통일을 위한 NCCK의 노력은 통일 논의를 민간 차원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NCCK의 노력은 정부와 보수교단, 개교회, 나아가 한국사회에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평화통일을 위한 NCCK의 노력에도 약점은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을 독점한 소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고 한국교회 전체의 지지를 받는데도 실패했다. 따라서 소수가 주도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개교회를 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88선언 이후, 현 실정에 맞는 평화통일 의제를 내놓지 못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7년은 교회연합기관의 지도력이 또 다시 교체되는 시점이다. 우선 NCCK가 새로운 총무 선임을 통한 지도력 교체를 앞두고 있으며 한기연도 제1차 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회 연합기관들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과제에 각별한 관심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세계교회가 함께 참여할 한반도 평화통일 기도회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WCC를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등 전세계를 돌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회가 필요한 시기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 안에서도 평화통일 기도회가 전국을 돌며 확산돼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교회 연합기관들이 이 일을 주도적으로 감당해나갈 책임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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