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기관, 희망을 찾다 ② 연합사업과 재정

[ 특집 ] 방대한 사업보다 고유 영역 개발해야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7년 11월 14일(화) 15:17

한국교회의 연합사업은 우리나라에 선교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루어 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미국 장로교와 감리교, 그리고 호주교회 등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한국교회는 네비우스 정책에 따라 선교 단체별로 지역 분할 선교가 이루어졌다. 즉 선교단체(교단)간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선교를 구상했다. 

이후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각 교단별 총회가 설립된데 이어 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며,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직후에 한국기독교연합회가 창립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란 이름으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해 대한성서공회, 대한기독교서회, 기독교방송 등이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교회 연합기관은 자립적이기 보다는 외원에 의존해서 발전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교회협의 경우 1970, 80년대 우리 사회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면서 선진기독교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직 간접으로 받아왔다. 

우리사회의 산업화 과정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고도 성장의 길을 걸어 왔던 한국교회는 1990년대부터 성장이 둔화되면서 재정 상태도 한풀꺾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엎친데 덮친 겪으로 외원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이했으며,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했던 기독교 사회단체들부터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여기에 1989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창립되면서 한국교회의 연합사업은 양분된 상태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한편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교회연합활동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70, 8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교회협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들은 같은 기간에 양적 성장에 보다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다른 국가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성장을 일궈냈다. 

이러한 결과는 당시 '사회구원이냐, 개인구원이냐'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갈등의 관계가 되기도 했다. 이때 출발한 것이 한국교회 보수적 성향의 교단과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다. 

한기총은 교단적 연합기관으로 출범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온 사실상 보수성이 강한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췄다. 여기에 교회 연합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등한시해 왔던 중소 교단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양분을 재촉해 왔다. 

이렇게 시작된 1990년대 한국교회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외형적인 성장을 이룬 한국교회는 성장의 아이콘이 되면서 세계 교회의 주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원조로 들어오던 외원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사회적 선교를 이끌어왔던 한국교회 연합사업이 재정적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1990년대의 재정적 위기는 사회선교를 외면하는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성향의 교단과 기독교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한 한기총 또한 재정적으로는 풍족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구조화되어 가는 한기총에 대한 교회 안팎의 시각은 곱지 않았으며, 사회 정치권에 편승해서 대형 집회를 여는 등 몇몇 인사에 의해 주도되던 한기총은 한국교회연합과 갈라졌다. 이에 대한 통합을 추진하던 교단장회의는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한국교회총연합을 설립하고 이를 한국교회연합과 통합해 한국기독교연합 창립 총회를 가졌다. 

이같은 연합기관 이합집산의 과정은 재정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 이미 한기총은 가입한 교단들로부터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고, 위원회별로 사업을 구상해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이후 설립된 한교연도 사무실 운영 조차 힘들 정도로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기관의 재정문제는 최근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보고된 결산 자료를 통해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예산액의 67%만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출에 있어서 적립금 예산 2억 8800여 만원 중 550여 만원만 지급하는데에 그쳤으며, 차입금 상환에 있어서도 2억 3900만여 원 중 7100여 만원만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항목만 보더라도 4억 6000여 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예산에 있어서 찬조금과 특별사업비에서 목표치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교단회비 등 기본 수입 이외에 연합기관에 대한 교회들의 재정적 지원이 미비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수익금 12억 4900여 만원 중 인건비 5억원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재정상태가 어려운 사항에서 연합사업을 활성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일단 연합사업의 예산은, 참여하고 있는 회원 교단(단체)의 몫이다. 그렇다고 부족한 예산을 마냥 회원 교단에 기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단들도 최근 교세 감소 등으로 자체 예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부적인 지출을 줄이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기관의 설립 목적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면 예산 규모도 축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또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부담할 수 있는 교회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즉 특정 개인 중심으로 흘러가는 일부 연합기관에서 나타났듯이 교회와 동떨어진 활동을 하는 연합기관을 정리하는 과감성도 고려되어야 할 내용으로 지적된다. 
연합기관이 마치 회원 교단위에 굴림하는 태도에서 벗어야 교단의 협의(연합)체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연합기관에 재정이 필요한 이유는 자체적인 사업을 방대하게 하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에 개 교회와 교단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연합기관에서 담당해야 왔다. 대사회문제, 통일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르게 이미 연합기관 보다 앞서서 교단이나 교회가 전문성을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연합해서 해야할 일, 교단이난 교회 사업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 대사회적으로 교회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경우 등은 연합기관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한편 개교회 교단이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교회 연합을 통해 담당할 때 교회는 연합기관이 힘있게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함께, 연합기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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