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학교에서 마을의 학교로…지역의 교육ㆍ문화 중심 되라

[ 다음세대 ]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 펴낸 우석대 강영택 교수, 마을 속 학교 역할 강조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7년 11월 10일(금) 16:16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마을을 변화시키자는 '마을목회'가 강조되는 가운데, 학교도 지식과 실천을 아우르는 배움 공동체로 변해야 하며, 그 학교 공동체가 마을을 품어 함께 성장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모은다.

최근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 책을 펴낸 우석대학교 강영택 교수(교육행정)는 "학교는 지역주민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 센터가 돼야 하고, 지역은 학교의 교육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의 장이 학교로 국한되지 않고, 마을에서도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2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연 목요포럼에서 강 교수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학교의 변화를 위해 모인 참석자들에게 "학교는 마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해야 하고, 마을은 교육적 인프라와 자원들을 학교에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공동체로 손꼽히는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의 경우도 '학교'로부터 시작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운동은 남강 이승훈에게서 시작됐다. 강 교수는 "오산학교 설립자인 남강 이승훈은 학교가 자리한 용동마을을 중심으로 '교육', '신앙', '산업'이 조화로운 이상적인 마을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다"며, "이승훈의 조카 손자로 그의 영향 아래 있던 밝맑 이찬갑의 풀무학교 설립은 이러한 영향을 기반으로 한다"고 전했다.

풀무학교가 지난 50여 년간 이승훈이 주장한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지역에서 실현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홍동마을과 풀무학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왜 교회도 사회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에 강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 아이들이 인격적 관계성, 유대감, 소속감, 정체성 형성이 부족한 이유는 공동체적 경험의 결핍에 있으며, 그런 아이들이 성장해 어른이 되도 여전히 상실감, 외로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협력을 통해 마을과 학교의 본질적인 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북 장수군에는 극장이 하나도 없었다. 최근 들어 소극장이 생겼다. 이런 교육적이고 문화적 혜택의 소외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게 나타난다"며,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곳이 학교"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좋은 문화교육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학교는 마을을 교육과정 삼아 삶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학교 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마을과 학교간에 △마을은 교육적 인프라와 자원들을 학교에 제공 △마을주민들은 학교를 마을의 문화교육적 기관으로 이해하고 활용 △학교는 마을을 교육과정으로 삼아 삶을 위한 교육 △학교는 마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 제공 등의 네 가지 협력 관계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강 교수가 주장하는 마을을 품는 학교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 대신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해도 무방할 정도로 마을목회를 지향하는 교회의 실천사항들과 닮은꼴이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풀무학교도 처음 10, 20년 간 마을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꾸준히 실제 마을주민들이 필요로하는 일을 교육하고, 마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 이상의 관계를 학교와 마을이 쌓을 수 있었다"면서, "마을과의 신뢰관계는 단시일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장기적인 섬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의 해외사례

- 미국 알바니프리스쿨
1969년 설립된 미국 뉴욕주에 자리한 도심지 대안학교다. 배움과 성장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학교는 아침과 점심식사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한다. 아이를 데려다주러 온 부모가 아침을 먹으며 자연스레 교사와 소통하는 모습이 이 학교에서는 흔한 일이다.

교사 주택 건축시 공동 텃밭을 만들어 공동 식사 등 주민모임 장소로 활용하는가 하면, 토요일 아침엔 학교내에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카페가 개설된다. 마을에 있는 성당이나 강은 학생들의 중요한 영성, 인성 교육의 장소로 활용되고, 학생들은 일주일에 몇 시간씩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수의사, 법률가, 작가, 만화가, 요리사 등 다양한 직종의 지역전문가에게 도제수업을 받는다.

- 일본 커뮤니티 스쿨
공립초등학교의 모든 기능을 지역에 개방함으로써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생애학습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2002년 시범운영이 시작됐으며, 2016년 말 전체학교의 약 10%인 1600여 개 학교가 커뮤니티스쿨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스쿨은 학부형과 지역주민의 대표가 학교운영협의회를 구성해 학교 운영에 직접 참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2004년, '학교운영협의회' 구성을 아예 제도화 했다.

한 예로 홋가이도 애니와시에 위치한 시마마츠커뮤니티 스쿨은 토요일에 학생들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는데 이때 강사가 지역주민이다. 학교는 컴퓨터실, 음악실, 조리실, 다다미방 등의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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