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과 예배 갱신

[ 논설위원 칼럼 ]

김세광 교수
2017년 10월 31일(화) 15:28

지난 2월 미국 칼빈대학에서 매년 개최하는 예배심포지엄에서 놀라웠던 것은 매력적인 프로그램의 다채로움이나 유명 강사리스트가 아니었다. 예배를 배우고 연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2000여 명의 예배자들이 품어내는 열기였다.

2박3일 동안 세군데의 예배처소에서 9개의 서로 다른 형식의 예배들이 펼쳐지고, 수십 개의 강의와 세미나가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진행되었는데, 강의 내용이나 다채로운 예배형식들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으나, 더 나은 예배를 드리겠다는 이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모임들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열정과 진지함은 머나먼 이곳에 와서 발견한 것 중 가장 큰 열매다.

그동안 서구 교회 주요 교단의 감소 현황에 대한 보도와 우울한 전망에 젖어있는 차에 이런 발견은 매우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하나님은 이런 예배자들을 통해 다시 교회를 회복시키시고 계시는구나! 지역 교회의 예배팀원들로 보이는 수많은 젊은이의 경건한 몸짓과 모임 마다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찬양의 소리야말로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부흥의 노랫소리가 아닌가!'

예배학 교실에서 예배의 형식과 형태를 공부할 때 제일 먼저 강조하는 명제가 있다. '하나님을 아는 만큼 예배할 수 있다.' 이는 예배 형식이나 형태가 예배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지식과 경험이 예배를 다르게 한다는 의미다.

즉, 같은 예배 순서로 예배를 드려도 회중들이 저마다 각기 다르게 예배한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또 하나의 명제, "예배를 배우는 만큼 예배에 담긴 수많은 보물을 누릴 수 있다"에 의해서 완성된다. 이는 예배의 목적, 내용, 역사, 신학을 아는 만큼 같은 예배 순서에서도 누리는 은혜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성찬을 오직 예수님 수난의 상징으로만 아는 이와 성찬을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감사의 상징으로 까지 아는 이가 서로 받는 은혜가 다른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배를 배우려는 마음'이 귀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회의 예배의 문제로 지적되는 형식화, 매너리즘, 건조함, 세속화 등 대부분의 원인은 예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우리 교역자들에게 있다. 우리들의 예배 세계는 때론 교리와 관습에 묶인 폐쇄된 예배일수 있고, 상업화되고 세속화된 위험한 예배일 수도 있다.

루터와 칼빈은 그들의 개혁 정신을 그들의 예배에 담고자 했다. 시대마다 교회의 개혁은 항상 예배에서 표현되었다. 세계 곳곳에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고자 몸과 마음과 뜻을 바쳐 준비하고 연구하는 예배자들이 있고, 그들이 드리는 예배가 있다. 우리가 현재 드리고 있는 예배는 하나님이 받으시는 온 세계의 수많은 예배 중에 극히 일부분에 속한다.

'예배를 배우려는 마음'이 귀하다. 그래서 예배를 위해 연구하고, 워크숍을 통해 토의하고 기도로 준비하는데, 추천 하나 한다면 예배 탐방 또는 견학이 매우 효과적이다. 목회자 고위과정에서 예배학 강의의 시작에서 부탁하는 바가 있다. "이 강의에 참여할 때는 예배 견학(여행)하는 마음으로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예배연구를 위해선 판단하고 평가하기보다는 놀라워하고 반가워하며 배우려는 마음이 더 유익하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쏟아져 나온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들 속에 예배 갱신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에는, 우리 교회 안에도 칼빈대학에서 만난 심포지엄 참여자들과 같이 예배를 사모하고 예배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모여 예배를 배우려는 마음을 나누고 예배를 연구하고 준비하고 함께 기도하며 예배 부흥을 꿈꾸는 은혜를 누리시기를!!!

김세광 교수
서울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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