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여고 130주년, 변함없는 기독교 정신

[ 교계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10월 19일(목) 11:56
▲ 2017년 정신여중고 교직원신앙수련회.
▲ 미북장로회가 파송한 애니엘러스 선교사.

130년 한국 기독교 역사를 고스란히 함께 해온 뿌리깊은 믿음의 교육기관이 있다. 바로 정신학원이다. 정신여자중고등학교의 정신학원은 미북장로회 해외선교부가 파송한 선교사 애니 엘러스가 1887년 세운 최초의 장로회 여학교이다.
 
애니 엘러스는 당시 유교적인 정서상 남성 의사에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던 조선의 여성들을 위해 제중원에 긴급 파송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료 선교사였다. 1886년 조선 땅을 밟은 그녀는 제중원에 부인과를 설립해 의료사역을 하던 중 헐벗고 굶주린 고아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1887년 현재 서울 정동에 위치한 창덕여자중학교 자리에서 고아 한 아이를 데리고 '애니 엘러스 정동여학당'을 시작했다. 이것이 최초의 장로회 여학교인 정신여자중고등학교의 태동이었다.
 
정신여고 이희천 교장은 "당시 감리교 선교사들은 학교를 세우기 위한 충분한 재정을 갖고 들어왔지만, 정동여학당은 애니 엘러스 개인이 굳건한 의지와 희생을 통해 학교를 세운 것"이라며, "26살의 독신 여 선교사가 말라리아와 폐출혈 등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여성교육에 혼신을 다한 덕분에 정신학원은 후에 8명의 선교사가 학교를 이어갈 수 있었고, 일제 치하 최대 여성항일독립운동을 이끈 김마리아 선생, YWCA를 설립해 여성 계몽운동을 선도한 김필례 선생 등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을 여럿 배출할 수 있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애니 엘러스는 1886년 7월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 평생을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1938년 한국에서 별세해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에 묻혔다.
 
애니 엘러스가 창립한 정동여학당은 1894년 지금의 종로구 연지동 지역으로 이전, 1911년 세브란스 병원의 도움으로 연지동에 제대로 된 학교 건물을 세우게 된다. 이때 세워진 학교건물은 헐리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1910년 한일합방이 일어나면서 일제의 종교탄압이 시작된다. 일본은 제1차 조선교육령을 발동해 종교교육을 금지하고, 이것이 효과가 없자 사립학교 규칙을 발표해 종교교육을 하면 졸업생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게 하고, 교육령을 따른 학교만 고등보통학교라는 명칭을 쓰게 했다. 그러나 종교교육을 금하는 내용의 일본 교육령을 수용한 감리교 학교들과는 달리 정신여학교는 기독교 교육을 지속했고 결국 졸업생들은 전문학교로 진학하지 못했고, 취직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정신여학교는 기독교교육을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1935년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로 미북장로회 선교부의 한국에서의 교육 철수 방침에 따라 일부 학교가 폐교되었고, 서울노회와 정신여학교 동문회가 학교를 조선인에게 인계해 줄 것을 요청하던 중 1941년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게 돼 학교는 적산에 편입되게 된다. 이로 인해 1945년 3월 일제에 의해 폐교당한다.
 
1945년 8월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서울노회와 정신여학교 동문회는 학교를 다시 복교시킨다. 1951년 학제개편에 따라 정신여학교는 정신여자중학교와 정신여자고등학교로 개편되고, 1956년 학교법인인 정신학원이 만들어졌다. 1970년 미북장로회 선교부는 학교 재산을 정신학원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1978년 12월 정신학원은 현재 학교가 위치한 서울 잠실동으로 이전했고, 지역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은 학교로 발전을 거듭했다.
 
2015년부터 정신여고 교장을 맡아온 이희천 교장은 "선교사가 기독교 신앙의 이념 아래 세운 학교이고 일제 시대에도 졸업생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탄압을 받으면서도 기독교교육을 연연히 이어온 학교가, 지금의 주권 국가 시대에 종교교육을 막는 어떠한 지침도 수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정신학원은 전 학생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일주일에 한번 종교수업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부흥회, 각종 기도회, 찬송가경연대회, 세례식, 학년별 수련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학교 안에는 주님의교회가 120여 억 원을 헌금하고, 학교와 동문회가 협조해 세운 김마리아 회관이 있다. 이 건물은 주일에는 주님의교회가 예배장소로 빌려 쓰고, 평일에는 학교가 사용하고 있다. 학교 안에 교회가 있으니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교회로 가서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다. 정신여고는 한 신문사에서 실시한 서울시 학교 평가에서 서울시 전체 학교 중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이 평가한 학교에 대한 호감도 항목에서는 서울시 전체 학교 중 최고였다. 대학진학률도 강동송파 지역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정신여고 이희천 교장.

이희천 교장은 기독교교육의 핵심은 '책임감'이라며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명령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더 나아가 이웃의 짐도 짊어지는 것이며, 기독교 학교인 우리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공동체 구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학원 130주년 개교기념식은 지난 10월 19일 김마리아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개교기념식에서는 '정신 130년사(상) 출판기념식'도 열렸다. 1887~1947년까지의 역사를 담은 상권은 미북장로회선교부가 보낸 선교편지들과 일제시대의 수많은 신문기사, 논문 등을 참고해 제작됐다. 이후 정신학원의 역사는 하편에 담겨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학교설립자인 애니 엘러스를 기리기 위한 무용극도 무대에 올려진다. 10월 26~28일까지 국립국장 달오름에서는 애니 엘러스의 일대기를 그린 무용극이 공연되어 정신학원의 기독교학교 정신을 되새길 예정이다. 이외에도 130주년을 축하하는 정신총동문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및 무용제도 개최됐다.
 
'굳건한 믿음, 고결한 인격, 희생적 봉사'의 교훈 아래 기독교 정신을 오랫동안 지켜온 정신학원의 역사가 후대에도 큰 귀감으로 새겨지고, 변치 않는 기독교의 절개를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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