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 길을 찾으라

[ NGO칼럼 ]

김두연 교장
2017년 10월 18일(수) 09:46

생후 25개월이 지난 딸을 보는 엄마의 눈은 많이 젖어 있다. 종합병원에서 발달장애와 관련한 진단을 받기 위해 다녀올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 엄마를 보면서 선생님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다.

아이의 엄마 명숙에게는 지금까지 은혜도 많지만 어려운 일이 겹치고 있다. 10년 전 황해도에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무작정 길을 나서서 이미 북한에서부터 꽃제비가 되었다. 노숙을 거듭하며 반년이 지나서야 국경도시 혜산에 도착했다.

굶주림 속에서 탈북을 결심한 뒤 인신매매꾼에게 자신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그들의 손에 의해 중국 동북 지방의 깊은 산골로 보내졌다. 결혼식도 하지 않은 채 남편이라는 사람 앞에 섰을 때 첫 눈에 그가 정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능도 떨어지고 성품도 곱지 않았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집을 떠나 하루도 편하지 않았던 명숙은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옥수수 농사를 중심으로 온갖 농사일을 했고 집안 살림도 도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탈북자라는 이유로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할 때마다 차별과 학대를 견뎌야 했다.

첫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난 뒤에 그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또 목숨을 걸고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남한에 도착했을 때 뱃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공안을 피해 도망치다가 높은 데서 떨어졌는데 그 때 뱃속의 아기가 이틀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과 충격 속에 태아가 죽었을까봐 걱정했었는데 며칠 지나자 발을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나 감사한지…. 명숙은 북한을 탈출한 뒤에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의 학대를 피해 이웃마을로 피신했을 때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숨겨주었음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곳에서 그들과 잠시 지내는 동안에 찬양도 배우고 율동도 배웠다. 그래서 명숙은 지금도 예배 시간에 정말 구성지고 은혜롭게 찬양한다.

한꿈학교에서 탈북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에 탈북학생 중에도 더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독으로 넘어온 학생들이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기 때문에 각별히 보살펴 주어야 하지만, 이들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홀몸으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엄마들이다. 이들은 자녀들 때문에 등하교시간이 특별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려면 늦게 올 수밖에 없고, 또 아이를 찾으려면 학교에서 일찍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집에서도 숙제할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애 엄마들을 받기가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한꿈학교가 하나님이 주신 비전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에 고통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엄마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명숙이가 왔을 때 무조건 받아주었다. 하지만 딸을 본 순간 엄마보다 딸이 더 걱정임을 알 수 있었다. 발달장애전문가에게 문의한 결과 아이의 치료를 뒤로 미룰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즉시 발달장애치료 전문병원을 찾아갔다. 탈북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전문기관을 찾아가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관공서는 물론 경찰서와 법원까지도 찾아가야할 때가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늘 깨어있으라고 하신다. 저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제일 힘들어하는지, 지금 당장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늘 살펴서 도와줄 길을 찾게 하신다. 이제 25개월 된 딸 은총이를 발달장애로부터 구해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개척해야 되는 연약한 엄마인 명숙의 눈물을 하나님께서 닦아주시도록 기도하며 하나하나 길을 찾아가고 있다.

김두연 교장
한꿈학교장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