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에서 배운다, 혁신을 통해 다시 서기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10월 18일(수) 08:54

렉서스는 미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토요타 자동차가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다. 토요타는 1973년 유류 파동 이후에 연비가 좋고 저렴한 소형차로 북미시장에서 성공했다. 내구성도 좋아서 중고차 가격이 높았다. 반면에 중저가 양산차나 만드는 이미지가 굳어져서 고급차 시장에서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캐딜락 뷰익 링컨 등의 전통적인 영미 고급차와 벤츠나 BMW 등의 독일 고급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토요타는 1983년부터 6년간 사운을 건 도전 끝에 미국시장에 렉서스를 출시했다.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과 1400명이 넘는 엔지니어, 2300명의 기술자를 투입했다. 심리학자까지 동원한 소비자 실태 조사로 기존 고급차의 장단점을 조사했다. 시제품만 450대를 제작했다. 렉서스는 출시 다섯 달 만에 미국자동차협회에서 최우수 수입차로 선정되었다. 10년 뒤에는 미국 고급차 시장 1위를 지키던 벤츠를 추월했다. 최고경영자의 열정과 '토요타 방식'이라는 생산 기법에 더해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렉서스의 성공은 기록적이었지만 곧 위기가 뒤따랐다. 첫 번째는 안전한 시장진입을 위해서 택한 전략 때문에 닥쳤다. 부메랑 효과였다. 차량의 디자인이 독창적이지 못했다. 벤츠나 BMW의 디자인을 복제한 탓이다. 보수적인 이미지 때문에 젊은 세대도 외면했다. 두 번째 위기는 성공에 안주한 것이다. 조용하고 연비까지 좋은 고급차라는 장점도 경쟁사들이 곧 따라잡았다. 급발진 문제를 숨기려다가 최고경영진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사과를 해야 했다. 토요타자동차가 2009년에 최초로 판매량 세계 1위를 달성한 직후의 일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형편도 렉서스의 위기현상과 닮았다. 한국교회는 선교 130년 만에 한국 최대의 종교 인구를 갖게 되었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967만 6000명으로 총인구의 19.7%를 차지한다. 불교도가 761만 9000명(15.5%)인 것과 비교가 된다. 2005년 조사 결과는 기독교인 844만 6000명(18.2%), 불교도 1058만 8000명(22.8%) 이었다. 천주교인까지 합하면 1356만 6000명으로 전인구의 27.6%에 달한다. 선교사의 파송도 인구 비율로는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짧은 선교역사와 비교하면 놀라운 부흥과 성장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는 진취적인 종교 이미지를 잃어버렸다. 선교초기에는 종교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출판, 언론, 문화, 체육, 음악,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를 선도했다. 장로교회는 교회제도조차 민주주의 훈련의 장이 되었다. 3.1운동과 신사참배 불참여, 민주화 인권운동, 평화통일운동, 환경보전운동 등 민족과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고난을 무릅쓰고 참여해 왔다. 언젠가부터 한국교회는 과거에 다른 종교나 샤머니즘이 감당하던 가족질서 유지와 기복적인 종교적 기능을 감당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의 렉서스를 혁신했다.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추어서 첨단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을 채택했다. 모델도 다변화했다. 사장이 직접 급발진 문제에 대해서 사과한 뒤 1000만대 이상을 리콜했다. 독일자동차가 디젤게이트를 겪을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대안을 모색했다. '글로벌 생산추진 센터'를 설치해서 품질 유지에 필요한 인력개발도 했다. 특유의 '지속적인 가이젠(改善)'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숙련 작업자가 문제를 찾아 해결한 뒤 또 다시 문제를 찾는 토요타의 가이젠이 렉서스의 성공신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스스로 개혁을 해야 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데서 멈추지 말고 제도와 절차를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성공요인들을 분석해서 핵심을 보전하고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한국에는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2749만 9000명(56.1%)이 함께 살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주는 도전과 과제도 막중하다. 세계교회의 지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계 종교의 지형도 바뀌고 있다. 지금은 한국교회의 또 다른 부흥을 꿈꾸며 과감하게 개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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