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 목양칼럼 ]

김형만 목사
2017년 10월 10일(화) 13:49

연세가 80이 넘으신 집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방을 좀 오라는 것이었다. 평소 괄괄하던 음성이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목사님! 온몸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네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좀 다녀가셨으면 고맙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여행에서 돌아와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일 뿐 아니라 설교를 부탁해 오거나 부흥회 인도를 부탁해 오거나 하면 쉽게 거절할 수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학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고향 교회에서 낮 예배를 드리고 예배당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몇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필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기분이 몹시 상했다.

그들에게 가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조용히 지나쳤다. 그 때 교회학교 아동부장이 필자를 발견하고 "김 선생, 아동부 설교 좀 해줘!"라고 부탁하는데, "싫어요"하며 거절했다. 분을 혼자 삭이며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 잠을 잤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발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어머니는 당장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사실 고향 교회에서는 그 주간 부흥회가 열렸다. 시작하는 날(월) 장로님 집에서 이 사건이 벌어졌으니 놀랄 일이었다. 신앙 좋으신 아버님은 "하나님 앞에 기도하자"며 소란을 잠재우셨다. 저녁집회 시작 전 아버님과 강사님이 필자가 누워있는 방으로 오셨다. 아버님께서 저녁식사를 하시며 말씀하셨던 것 같다.

강사님은 성경을 읽으신 후 갑자기 병이 오는 경로 몇 가지를 말씀하셨다. 그 중 하나를 찾아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마 2장)하시며 고치셨으니 죄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고,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니라"(요 9장)하시며 고치셨으니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위해 오는 경우도 있고,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장) 하시며 응답을 주셨으니 능력이 머물게 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는 것이라 하셨다.

모두 집회에 참석한 후 혼자 누워 생각하니 갑자기 어제 일이 생각났다. 회개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의 종이 되기로 하고서 하나님의 일 곧 설교를 거부했으니 이보다 더한 죄가 어디 있겠는가?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회개를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몸이 풀렸다는 것이다. 맨 먼저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팔과 손이 풀려서 일어나 앉을 수 있었다. 가족들이 집회에서 돌아오기까지 큰 소리로 기도를 계속했다. 집회를 마치고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는 일어서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가족들은 놀라며 하나님께 영광을 올렸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후 목사가 되어 설교 부탁이 오면 그 때 그 일이 생각난다. 하나님께서 미리 거절하지 못하도록 체험을 주신 것으로 믿는다. 그 일이 거절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어떤 때는 피곤해서 거절하고 싶은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으로 알기에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김형만 목사/ 순창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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