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기 총회 주제해설 (완)한국사회 변화와 교회의 공적 역할

[ 특집 ] 교회, 화해ㆍ일치의 사명 감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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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7일(수) 10:10

지금 한국사회는 과거의 낡은 질서를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맞이하고 있다.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한국사회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법적 절차에 따라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함으로써 정치의 주체가 국민 자신이라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1987년 이후 다시 한번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하나님의 주권적 인도하심 가운데 일어난 일들임을 고백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한국사회의 변화에 책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이념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의 양상이 최근 전개된 변화의 과정에서 더 심화되었다.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이 과거와 같은 흑백 논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한반도의 정세는 이념갈등의 불씨를 남겨 놓고 있다. 

한편, 지난 국정농단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갈등은 세대 간의 충돌이었다. 세대 간의 갈등은 한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경쟁과 기득권 다툼의 일차적 당사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충돌이기에 향후 그 갈등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양극화로 인해 벌어진 빈부격차는 계층갈등을 부추긴다. 특히 한국사회의 절대빈곤층의 대부분이 독거노인이거나 미취업 청년층이고, 사회적 보호가 가장 절실한 그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한국적 복지사회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공적 역할은 절실하게 요청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의 일부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일에 가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도덕적 지도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적 결속력만 강화하려 할 뿐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심지어 이권과 권력을 위해 경쟁을 일삼는 퇴행적 모습이 공개되면서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본 교단이 교회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지역사회와 마을에서 새로운 선교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하는 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종교가 재부흥하고 있으며 기독교는 그 공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청받고 있다. 종교의 재부흥 국면에 대해 두 가지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북미의 복음주의 교회, 남미의 오순절 교회, 중동과 유럽의 근본주의적 이슬람교 등은 대부분 개인주의적 영성과 보수적인 신학을 배경으로 등장했다는 점이고, 또 그런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나 공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 종교가 종종 갈등의 당사자들이 되어 공공 영역에서 충돌하거나 다툼을 일으키기도 하고 테러와 전쟁에 연루되기도 한다. 기독교의 경우 교단 간 경쟁과 교세확장을 정당화하며 공적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왔고, 이슬람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성장세를 이루며 자신들의 사회적 몫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대의 세속화는 종교를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퇴거시켰으나, 최근 분열된 세계가 직면한 인류의 문제들과 모순들에 대한 해법을 근대주의의 합리적 이성이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에 다시 종교의 부흥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오늘의 현실을 볼 때 재부흥한 개인주의적 영성의 종교들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도덕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세계의 지식인들과 학자들은 종교가 세계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적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러한 역할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는 이러한 시점에 한국교회와 본 교단에게 요청되는 공적 역할의 실천을 천명한 것이다. 세상과 분리되지 않는 교회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세상을 섬기며 동시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선교적 사명을 안고 있다. 

주님이 가르쳐 주신 '하나님나라의 복음'은 오늘 한국교회와 본 교단에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과 다툼의 현장에서 화해와 일치의 사명을 감당하라고 요청한다. 그에 대한 응답은 도시와 농촌의 지역과 마을에서 구체적인 '마을목회'의 선교적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서 본 교단은 금번 주제를 통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사회 구석구석으로 보내시며 마을과 지역사회의 어두운 곳으로 파송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적 명령에 응답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세상 속으로 보내셨다고 고백하신 주님께서 다시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세상 속으로, 지역사회 속으로, 마을 속으로 보내신다(요 17:18~19). 성령께서 지역과 마을의 모든 교회들에게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의 역사에 동참하라고 요청하신다. 

한국사회의 분열된 공동체를 복원하고 다시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헌신하라고 초청하신다. 갈릴리로 다니시며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을 섬기셨던 주님처럼 행하라고 한국교회와 본 교단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파송하신다. 지역의 아픔을 교회의 아픔으로 알고, 이웃의 상처를 우리의 상처로 고백하면서 도시와 농촌과 마을 곳곳에서 '마을목회'의 실천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라고 명령하신다.

금번 102회기 주제인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는 교회의 거룩성이 세상과 지역과 마을 한 가운데에서 증언되어야 한다는 고백이다.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는 본래 마을과 동네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가르치며 사람을 고치는 '마을목회'로 실천되었다. 지금도 많은 교회들이 그러한 위대한 사역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교단이 '다시' 증언하려는 것은 2017년 우리를 분열되고 파편화된 한국사회의 지역과 마을로 보내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명령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 앞서고 공동체적 가치가 파괴된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현실을 보며, 서로 사귀시며 교통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삶을 '다시' 교회의 선교적 삶으로 고백하려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세상의 빛'으로 살아야 함이며, '산 위에 있는 동네'의 사람들이 우리가 행하는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하려는 것이다(마 5: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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