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기 총회 주제해설 (1)교회와 세상

[ 특집 ] "교회는 마을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최갑도 목사
2017년 09월 27일(수) 10:03

최갑도
목사총회주제연구위원장ㆍ성내교회

제102회 총회는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를 주제로 정함으로써, 거룩한 교회가 해야 할 과제를 이른바 세상을 섬기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역할에서 찾고자 했다. 이 주제는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미래를 '마을목회' 개념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는 최근의 연구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목회는 하나님의 교회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과 마을을 복음과 사랑으로 섬기는 목회를 뜻한다. 그것은 또한 지역과 마을을 복음과 사랑으로 품는 목회, 지역과 마을을 하나님나라의 모판으로 삼는 목회를 뜻한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교회가 섬겨야 할 지역과 마을은 '세상'을 가리킴이 분명하다. 제102회 총회의 주제 성구를 신약성경의 요한복음 3장 16~17절과 마태복음 9장 35절 및 구약성경의 창세기 12장 3절로 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는 마을목회라는 세부적인 실천 항목에 비추어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선교적 사명이 '하나님나라'를 세상 속에서 증언하는 것임을 고백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본 시각에서 우리는 교회와 세상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사회적 차원보다는 교리적 차원의 신앙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 교회와 세상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론적 신앙이 형성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인 반면, 내세를 향한 확신은 강력한 열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성서는 어떻게 증언하는가? 성서는 교회와 세상 즉 안과 밖을 동심원(同心圓)에서 보고 있다. 즉 영혼과 육체가 조화될 때에 건전한 관계를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서는 한 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는 교회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증언하며,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통해 온전히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교회가 세상 속에 있는가 아니면 세상이 교회 안에 있는가?

이에 대해 성서는 세상이 교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 속에 있다고 분명하게 대답한다. 요한복음 1장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한다"라는 말씀은 성육신의 원리를 교회의 존재론적 근거로 명백히 제시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셨음은 그리스도께서 죄악이 가득한 세상의 현실 속에 오셔서 인간을 위해 일하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회 역시 그 성육신 사건을 오늘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재현하는 공동체이며,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제자들의 공동체이다. 즉 교회의 존재양식은 그리스도의 존재양식과 같다. 교회는 세속으로부터 분리되어 있거나 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교회가 세상과 다른 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과 역사에 대한 신학적 인식을 가졌다는 것일 뿐이다. 아직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지 못한 이들은 범죄하고 하나님께 반역하고도 그것이 죄가 되는 줄을 모른다. 그러나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 서 있기 때문에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산다. 따라서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은 하늘이 아니라 땅이다. 역사로부터 분리된 교회는 그 존재의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둘째,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교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성서는 세상이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위해 있다고 분명히 증언한다. 교회의 목적은 교회의 머리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과 같다. 그는 자기가 세상에 오신 목적에 대해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요 섬기려 왔고 자기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라는 말씀 속에서 명확히 드러내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에 섬기려고 오셨다. 

그러므로 교회 역시 그리스도의 제자공동체로서 그가 하신 일을 해야 한다. 교회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면 생명도, 가치도, 빛도 상실하게 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공동체로서 세상 가운데 있는 교회의 사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마음과 뜻을 다하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요. 또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봉사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향한 분명한 분별력을 가지고 이웃을 섬기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삶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맛 잃은 소금과 어둠에 묻히는 희미한 빛이 되고 말 것이다.

셋째, 교회가 세상 안에 세상을 위해서 있지만, 교회는 결코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것은 성서가 분명하게 증언하는 가르침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여러 차례 자신과 제자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음을 강조하셨다(요15:19, 17:16~17).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며 또 세상을 위해 존재하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음은 기독교의 역설적 고백이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하셨고, 세상 속에서 소금이 그 맛을 잃어버리면 버림을 받을 것이라 경계하셨다. 여기서 '세상'이란 세속세계의 전체적인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소금과 빛'은 소수의 그리스도인 또는 그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비유한다. 만약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서 세상의 잘못된 문화와 타협하고 영합하면, 맛 잃은 소금같이 오히려 하나님과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세상을 본받고 세속적 가치에 영합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죄악을 행하는 것이다.

세상에 참여함에 있어서 교회가 따라야 할 그리스도의 모범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그리스도는 세상에 참여 했으나 그들과 같이 되지는 않았다. 둘째, 그는 세상에 참여한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기 위해서였다(눅19:10). 

그리스도인이 교회에 모여 있을 때만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형식적인 교인이 되는 것이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은 아니다. 이런 신앙생활은 하나님이 성전에만 계시고 세상 속에는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여 교회 안에서만 경건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신앙생활이라고 여긴 까닭이다. 바른 신앙생활은 교회에 모여 있을 때나 세상 속으로 흩어졌을 때나 항상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의지하여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교회의 건물과 공간 속에 갇힌 종교적 형식주의를 극복하고, 모두가 '왕같은 제사장'이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한다.

특히 오늘과 같이 파편적이고 분열적인 세상에 보냄 받은 교회공동체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웃과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102회기 총회는 다시 거룩한 교회의 비전을 새롭게 하여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와 마을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마을목회'를 통해 빛과 소금의 공동체로 부르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의 주제를 모든 교회들과 그리스도 형제, 자매들에게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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