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순망치한?

[ 4인4색칼럼 ]

이정용 집사
2017년 09월 27일(수) 09:54

이정용 집사
한반도포럼 사무총장ㆍ충신교회

소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비유할 때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의미)'이란 표현을 쓰는데,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같은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가해국 일본에선 평화헌법이 시행됐다. 이 헌법을 시행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첫째, 평화조약 실행을 감시하기 위해 미군이 일본 내에 주둔할 것. 둘째, 미일 특별협정을 맺어 일본 방비를 미국에 위임할 것. 요약하자면 '전쟁 포기'와 '전력과 교전권의 부인' 등인데, 완전히 패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이 헌법에 동의했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노부스케 전 총리의 미ㆍ일 안보조약 행동지침을 보면 한반도 작전에 관여하는 유엔군이 일본에 주둔할 때에 알맞은 권리와 책임을 갖게 되며, 유엔 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주일 미군도 유지한다. 

그래서 미국의 군사적 보호 속에서 일본 자신은 경무장만 하고 경제 부흥을 우선시 했다. 즉, 일본은 자국의 방위와 외교 정책을 사실상 미국에 양도하는 대가로 안정적인 자유 세계 안에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권리를 얻었다.

한국전쟁 이후 자유진영에서는 극동지역 공산주자들의 침략이 중대한 문제였다. 구소련은 극동에 50만 명에 달하는 군사력과 5000대 이상의 비행기를 배치하고 있었다. 소련은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인 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가까운 항공기지가 필요했고, 따라서 한국을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고 싶어 했다. 

동북아에서 미사일 방어체계에 있어 우위를 확보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로 전력이 약화됐다고 본다. 미국은 위협적인 대상을 중국으로 여기며, 한반도 위기 상황 예방을 위한 동맹 강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태평양 질서유지를 위한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주일 미군을 위한 예산 증액을 포함해 일본 정부의 군사력 강화까지 요청해 온 걸로 알려져 있다. 고이즈미와 아베 정권은 평화국가 일본을 보통국가 일본으로 바꾸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제2기 아베 정권은 자위대가 신헌법 아래 자위군이 돼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지휘를 받으며 해외에서 정규군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은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개입하게 돼 있다. 한일 관계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았으나, 현 동북아 체제 하에서는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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