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 4인4색칼럼 ]

이대성 수필가
2017년 09월 27일(수) 09:42

이대성 수필가
벨로체피아노 대표
진천중앙교회

동해안 고속도로를 여행하다 보면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가 보이고, 영동고속도로나 당진영덕간고속도로를 달리면 수려한 산새가 아름다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은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뚫려 있어 지역 간 이동 거리가 짧기 때문에 전국 어디든지 한나절이면 다 갈 수 있다.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 일일 관광권으로 바뀌면서 고속도로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우리나라는 1968년 12월에 개통한 23.9km의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지난 6월 30일 개통한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까지 총 43개, 총 5000여 km에 달하는 노선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속도로 통행량을 보면 지난해에 15억 4033만 대, 일 평균 420만 대가 이용하는 국토의 대동맥이 됐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했듯이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배고픔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는 전국에 200여 개가 있는데 각기 지역의 특색을 살려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쉼터 겸 관광지와 맛집이 됐다.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의 인삼갈비탕이 유명하며, 전주광양간 오수휴게소의 임실군 치즈만들기 체험장,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의 LED 별자리 등도 명성을 얻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평택제천간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점심 때가 돼 제천 방향의 한 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했다. 그런데 식사 도중 너무나 황당한 일을 겪었다. 파리가 어찌나 많은지 음식을 담는 그릇과 식판, 식탁 위는 물론이고 맞은편 의자까지 십 수 마리가 달라붙어 밥을 먹기 힘들 정도였다. 왼손으로는 파리를 쫓아내며 오른손으론 밥을 먹다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어 식당 관계자를 불러 항의를 했다. 그러자 그는 다른 직원을 불러 파리를 잡게 했는데, 손님들 사이를 다니며 파리채를 탁탁 두드리는 모습이 더 황당하고 가관이었다. 

식당 관계자는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며 미안해 하는데 제대로 관리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엉망은 아닐 것이다. 휴게소 주변을 매일 방역하고 식당 내부를 깨끗하게 관리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위생 관리가 얼마나 엉망이고 관리 체계가 허술하면 이 지경이 됐겠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내국인만이 아닌 많은 외국인도 이용하는 장소인데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말로 창피한 일이다. 고속도로는 연간 15억 명이 이용하고, 총 길이가 5000여 km에, 휴게소가 200여 개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서비스 준비는 덜 된 것 같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 위생 관리가 더욱 철저해야 할 이 계절에 뜻하지 않게 상한 음식을 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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