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서

[ 논설위원 칼럼 ]

김혜숙 목사
2017년 09월 05일(화) 14:11

여교역자들의 성경공부모임 중에 참고자료 글을 보다가 "설교자는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수직의 관계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수평의 관계의 교차로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게 되었다.

이는 목회자라면 하나님과 만나는 동시에 사람도 만나는 자리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런 교차로에 서서 설교하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교차로에 서 있어야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고 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복음 24장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났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낙망하여 엠마오까지 갔고, 예수님이 식탁에서 떡을 가지고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줄 때에야 눈이 밝아져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고백하기를 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실 때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 하더냐"한다. 나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 속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성령의 역사로 나타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나와 하나님의 독대자리가 아니라 나와 네가 만나는 그 수평의 관계 속에, 나아가 우리의 공동체 속에 하나님과 만나는 역사가 일어났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제자들은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예수님께서 과연 살아나셨다고 전하는 부활의 증언자가 된다.
이처럼 하나님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교회에서 새가족부 담당교역자로 일할 때 새 신자들이 많이 하는 말은 하나님이 어디에 계신지 보고 싶고, 볼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다고 하는 말이다. 성경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대답했지만 우리는 이처럼 우리들의 공동체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겠다.

오는 18일에는 102회 총회가 개회된다.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대로 우리교회가 세상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 그래서 사람들이 엠마오의 두 제자처럼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는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년 하게 되는 질문은 우리 신앙공동체가, 거룩한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우리 교회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대로 일구어낸 결과물인가 하는 질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도 아직도 우리는 많은 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국여교역자연합회에서는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라는 양성평등을 위한 교회길라잡이를 발간한다.

익숙하지만 가부장적인 질서를 버리고 양성평등한 새로운 세상이 필요함을 말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질서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성경에서 흔히 성차별적인 근거로 사용되는 본문에 대한 바른 해석과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많은 제안들을 담았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분의 형상대로 지으셨고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셨다. 그 창조와 구원에 차별이 없기에 우리 신앙공동체는, 거룩한 교회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태어날 때 가지게 되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의 구분은 차별의 근거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 바탕 속에서 우리의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는 거룩한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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