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 강가의 노란 리본을 생각하며

[ NGO칼럼 ]

김두연
2017년 08월 09일(수) 10:03

탈북자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를 운영하면서 탈북자들의 애끓는 소식을 많이 듣게 된다. 수업 중에 전화기를 들고 뛰쳐나가는 학생을 보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고향에 계신 엄마가 공사장에서 다쳤다고 한다.

이 학생은 소식을 듣자마자 치료비를 송금하기 위해 일터로 달려 나갔다. 이와 같이 가족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도 많다.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하여 학업을 지속하는 학생들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 송금해야 하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나이를 막론하고 이곳에 와 있는 탈북학생들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송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너도 어렵겠지만, 그래도 돈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지 않니?"하는 힘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학생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의 동북 3성에서 활동하는 탈북자구출사역자들을 만날 때마다 긴급하고 위태로운 소식을 듣게 된다. 지금도 사람들은 니느웨 백성들이 끌려가듯이 줄줄이 엮여서 북송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속적으로 탈북자를 색출하여 북송하고 있다. 긴급기도제목이라는 이름으로 7명이 성경 공부하던 중 체포되어 북송될 위기에 있다고 하는데 물론 이와 유사한 기도제목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우리를 놀라게 했다. 엇비슷한 내용의 소식이 잦을 때 양치기 효과처럼 사람들은 믿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묵상하는 중에 "내 백성이 이렇게 끌려가고 피 흘리고 있는데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참으로 부끄럽고 두렵고 안타깝다.

나는 내 자신이 무뎌지는 것이 정말 두렵다. 대량 탈북은 중앙집권적 배급방식을 엄수하던 북한당국이 갑자기 그 배급을 중단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도 우리는 2년이 지난 뒤에야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다는 둥, 두만강 강가에서 발견된 어린 소녀의 오래된 시신의 사진이 실린 기사를 보고서 발을 동동 굴렸을 뿐이다. 1998년 우연히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WFP사무총장은 한국인 NGO들을 향해서 노스코리아나 사우스코리아나 같은 코리아인데 왜 한국NGO들은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냐고 말할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꿈학교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파악하는 중에 듣게 되는 대기근의 참상은 그 학생이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학생이 3살 때, 굶어 죽은 엄마의 주검 곁에서 도와줄 어른이 없어서 5살인 언니와 함께 6개월을 지내야 했고, 인신매매꾼에 의해 중국으로 나오는 과정을 남의 이야기하듯 덤덤하게 말하는 여학생을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학생은 지금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다. 탈북인들의 남한정착을 돕는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들이 지난 세월의 상처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는 남한정착이 죽기살기로 국경을 넘는 것보다 100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학생들을 보면 히브리노예들이 바벨론 강가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나무에 노란리본을 다는 장면이 떠오른다. 스마트폰으로 가족끼리 소식을 주고받으며 '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통일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모바일통일을 먼저 이루어 주셨음을 깨닫는다. '통일'을 오래된 악보에서 현실로 끌어내기 위해 오늘도 간절히 기도한다.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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