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 교회, 폭우피해 비껴가지 못해

[ 교단 ] 집중호우 피해 현장을 가다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8월 03일(목) 09:34
▲ 폭우가 휩쓸고간 자리에 물에 떠내려온 건축자재물이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부터 충북지역에 내린 집중호우가 심상치 않았다. 오전 10시 40분경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월오교회(최은수 목사 시무) 교인들은 주일 예배를 드리기 전 예배당에서 찬양을 하고 있었다. "목사님, 창문 좀 보세요, 목사님 차가 물에 떠내려가고 있어요!" 월오리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거센 빗줄기는 윗마을에서부터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해 교회 옆 논쪽으로 방향을 잡더니 교회 축대의 약한 부분을 강타하고 앞마당으로 쏟아져 내렸다.
 
축대를 무너뜨리고 넘어온 물은 사택을 침수시켰고,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교회 승합차와 최 목사의 자가용이 삽시간에 물 위로 떠올랐다. 최은수 목사는 "물이 불보다 무섭다는 말을 체험한 순간이었다"며, "당시 비가 30분만 더 쏟아졌어도 교회까지 모두 침수될 위기였다"고 아찔한 상황을 회상했다.
 
교회 앞마당 발목까지 차올랐던 물은 기자가 교회를 방문한 25일에는 다 빠졌지만, 교회 옆 도로는 무너져 내린채 수해 당시의 처참함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으며, 물이 쓸고 간 자리 곳곳에는 시뻘건 토사만 남아 있었다. 사택은 물이 20㎝ 넘게 차올라 냉장고, 보일러, 컴퓨터 등 가전제품이 모두 고장나고, 가재 도구가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됐다.
 

▲ 월오교회 사택 정리를 돕고 있는 명성교회 봉사팀.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컸다. 물살이 훑고 간 가택들은 창문이 모두 파손 돼, 원래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집으로 보일 정도로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물에 떠내려온 냉장고, 건축자재 등 쓰레기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같은 충북노회 소속 금관교회(문영길 목사 시무)도 지붕 파손으로 인한 누수와 노인요양원 보일러 파손피해를 입었다. 천안아산노회 행암교회(강신미 목사 시무)는 교육관을 떠받치고 있던 블록형 축대 일부가 유실되면서 건물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덕성교회(현해순 목사 시무)의 경우 교회진입로 주변으로 산사태가 일어나 자동차가 다니지 못할 위험한 낭떠러지 지형으로 변해버렸다. 거산교회(신명숙 목사 시무) 또한 예배당 천정 누수로 긴급히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충청노회 탑촌교회(차철호 목사 시무)는 예배당 건물의 양철 지붕이 부식된 상태에서 쏟아진 폭우로 누수가 발생했다. 차철호 목사는 "임시로 교회지붕에 비닐을 씌워놨으나 지붕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명자연교회(노주열 목사 시무)는 차고와 창고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고, 청운교회(한정종 목사 시무)는 기도실과 소예배실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에 피해 교회 및 지역 주민들을 위한 온정이 이어졌다. 서울 지역의 한 교회는 쌀, 선풍기, 이불, 과일 등을 교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창성시민교회(장제한 목사)는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자장면을 제공하며 위로했다.
 
명성교회 봉사부 교인들은 10여명 씩 조를 짜서 피해를 입은 교회들을 찾아가 복구를 위해 비지땀을 함께 흘렸다. 명성교회는 또한, 월오교회, 행암교회, 생명자연교회를 방문해 복구를 위한 비용을 전달했다.
 
산동교회(정준호 목사 시무), 미원교회(이석호 목사 시무), 청천교회(김종성 목사 시무)의 경우 상당수의 교인들이 농작물 또는 가택 파손 피해를 입었다. 주로 농사를 짓는 산간벽지 특성상 폭우로 농작물과 묘목이 유실되고, 거주지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의 재산 피해가 심각했다.
 
총회 사회봉사부 오상열 총무는 "수해피해를 당한 교회를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선 각 노회가 비상구호기금을 예비해두어 초반에 발빠른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회 및 교회들이 초반 대응을 돕는다면, 총회가 피해실태조사 후 피해를 입은 교회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교회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또한 "수해피해 지역을 돕는 것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지역별로 거점교회를 선정해 사건발생 초기에 봉사자들을 소집해 교회를 찾아가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국교회에 관심을 요청했다.
 
피해지역 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의 교인들이 70대 이상 노인이어서 복구작업에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봉사자를 보내주신 교회들의 손길에 감사드린다"며, "구호물품 또한 지역민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받은 사랑으로 힘을 내어 복구작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칠듯 그치지 않는 비소식으로 어려운 복구작업이 더뎌지는 가운데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피해 교회들에 대한 교회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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