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이 줄줄이 성공하는 이유는?

[ 문화 ] <문화프리즘> 목사님, 우리도 아무 것도 안하고 싶어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8월 01일(화) 17:17

최근 TV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정치인들은 혹시 새 정부로부터 입각하라는 전화를 못받을까봐 해외에도 못나가고 오매불망 전화기만 쳐다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요즘 연예인들은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히트를 치는 나영석 PD의 섭외전화가 오기만을 목 놓아 기다린다고 한다.

나영석 PD는 KBS에서 '1박2일'로 스타 PD가 된 후 tvN으로 소속을 옮겨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농촌편, 어촌편)',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등을 만든 대한민국 대표 연예 프로그램 연출가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족족 화제도 1위, 시청률도 고공행진이다.

사실 대단한 소재도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정말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원하는 타이밍에 제공하는 탁월한 감각이 있다. 그렇다면 나 PD가 현대인들에게서 본 강렬한 욕구가 무엇이었을까? 그의 언론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그가 현대인들에게서 찾은 욕구는 "사람들은 휴식을 강렬하게 원한다"는 것. 
그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걸 했기 때문에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걸 강렬히 원할 수 있겠다, 그런 걸 보고 싶어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삼시세끼'를 기획했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도 TV에서는 출연자들이 휴가를 즐기는 프로그램이 제작된 적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는 점에 착안해서 휴양지에서 놀고 즐기는 것이 아닌 한적한 시골에서 세끼 음식을 해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일상의 여가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피곤한 현대인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시골에서 밥해먹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들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그의 구상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에도 그가 제작한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은 발리에서 식당을 하며, 물흐르듯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 바쁘고 열정적이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 큰 호응을 얻었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도 긴 휴가를 간 듯한 대리만족을 얻었다고 말한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한국교회 또한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휴식과 여유를 원하는지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전쟁과 같은 서바이벌의 일상을 살아내는 교인들에게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기보다는 먼저 위로와 평안의 영성으로 회복케 하는 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회는 이미 나영석 PD가 주는 휴식에 대한 대리만족보다도 보다 근원적이고 차원이 다른,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라고 말씀하시는, 우리를 푸른 초장으로,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주님이 주시는 평안'이라는 더 깊고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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