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枯死)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7년 08월 01일(화) 14:57

'마를 고(枯)'자에 '죽을 사(死)'자를 써서 '고사(枯死)'가 된다. 이 단어 사용은 좋은 것 보다는 나쁜 쪽이 더 많다. 방치해 놓음으로써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혹은 죽게) 하는 경우에 '고사시키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이러한 결과를 종종 경험한다. 특히 강자만이 살아 남는 약육강식(弱肉强食) 논리가 성립하는 사회에서는 이같은 일들이 종종있다. 최근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 이에 해당된다. 집단으로 행해지는 '왕따'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로 심각한 인구 감소시대를 맞고 있다. 감소 차원을 넘어 인구절벽 시대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사회 형태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위기를 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중에 가장 큰 타격과 함께 위기에 처한 곳이 교육 기관이다. 산간벽지에 위치한 학교들부터 더이상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고 있다. 도시에 위치한 초등학교에까지 학생수가 줄어들어 학급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대학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부터 정원을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구 감소의 결과로 대학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적어지는 시점이 눈 앞에 다가 왔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대학정원보다 적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미 대학평가 기관의 평가를 통해 전국대학교를 등급화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학생의 지원율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입학한 학생들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등록을 하지 않아 등록도 기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취업률도 저조하다.

저출산에서 출발해서 인구 감소, 특히 학령인구 절벽시대로 이어지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들은 말 그대로 '고사' 당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현상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넘길 수 없다. 이미 기독교 학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산하에는 7개의 신학대학교가 있다. 이 중 일반 학과를 포함하고 있는 대학교의 경우 일반 다른 대학과 같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위기 사항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실을 인식하고 총회 차원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표면상으로 당사자인 학교당국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 학교는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전국에 흩어져 있는 거점 국립대학들이 (가칭)한국대학교라는 한 우산을 쓰는 정책을 발표됐다. 결론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 있는 과제도 있지만 현실을 인식하고 자구책을 찾기위한 고뇌한 흔적이 보이다.

오늘을 고집하면 '고사'를 면할 수 없다. '고사'는 타인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도 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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