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앙인 가슴에 복음의 불길 타오르길

[ 기고 ]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세계박람회 (上)

임희국 교수
2017년 07월 26일(수) 11:03

독일의 작은 도시 비텐베르그(Wittenberg)는 1517년 10월 31일 루터의 종교개혁이 발화(發火)된 곳이었고 또 계속해서 그 불길이 활활 타올랐던 개혁운동의 심장(心臟)이었다.

이 개혁운동의 근본 동력은 '복음', 곧 루터가 성경에서 발견하고 깨우친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 말씀에 힘입은 루터의 개혁운동은 교회갱신을 비롯하여 거시적(巨視的)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을 변혁시켰고 미시적(微視的)으로 개인의 일상생활까지 변화시켰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 개신교)의 역사를 발아(發芽)시켰고, 또 그 개혁운동은 독일과 유럽에서 옛 시대를 마감시키고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

루터 종교개혁의 심장인 비텐베르그에서 그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2017 비텐베르그 종교개혁 세계박람회(Weltausstellung Reformation 2017 in Wittenberg)'가 지금 열리고 있다. 이 세계박람회는 오는 9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이 행사를 독일 개신교(EKD) 총회가 주관한다.

총회장 슈나이더(Nikolaus Schneider)는 "이번의 세계박람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4억 명 프로테스탄티즘 자매형제가 함께 만나고 교제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했다. 또 그는 500년 전에 루터의 종교개혁이 발화된 이 도시에서 21세기 새로운 프로테스탄티즘이 시작되기를 희망했다. 역사에 대한 기억과 기념이 미래를 향한 새 출발이기를 희망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독일 종교개혁자 루터는 오늘날 글로벌(global)한 세상에서 독일과 유럽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를 향한 '세계인(Weltmensch)'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독일 개신교 총회는 1517년 루터가 이 도시의 슐로스교회(Schlosskirche) 현관에 붙인 95개 조항이 오늘의 세계화 시대에 또다시 개혁의 상징(Symbol)이기를 기대한다. 그때 루터의 가슴에 는붙은 뜨거운 신앙열정이 95개 조항으로 나타나서 교회갱신과 사회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듯이, 올해 2017년에는 비텐베르그로 모이는 전 세계 프로테스탄트 신앙인의 가슴에 복음의 불길이 타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독일 개신교(EKD)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또 다른 구상이 있다. 그것은 독일 국내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하는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르는 비텐베르그는 통일 이전 시대에 동독 지역이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독일이 1989년에 분단국가에서 통일을 이루고 다시 하나의 나라가 되었는데, 그때 그 당시 (서독) 국민 대다수가 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통일의 날이 올 줄로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한 이후, 서독 국민이 감당해야 했던 경제적 부담과 압박, 동독 국민에게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낯선 사회경제 체제와 '2등 국민'이라는 불평등 의식은 통일 이후의 독일에서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즉, 통일의 산을 넘자마자 새로운 산이 또 나타났던 것이다.

그 산은 사회 통합을 뜻한다. 그리하여, 독일 통일의 두 번째 단계는 사회 통합인 '사람의 통일'을 이루어야만 했다. 독일 통일 이후 약 30년이 지났는데, 통일의 두 번째 단계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도시 비텐베르그를 주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루터 종교개혁의 심장인 비텐베르그에서 총회가 주관하는 500주년 기념행사야말로 사람의 통일과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를 기대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종교개혁자 루터는 독일 통일의 두 번째 단계인 사람의 통일과 사회 통합을 위한 역사적 중심인물로 부각된다.

 

임희국 교수
장신대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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