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에 그림 시작, 85세에 전시회 여는 할머니

[ 문화 ] '박서휘 조형찬양전' 여는 박서휘 권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7월 24일(월) 10:54
   
 

"새벽 기도 가는 길에 나는 매일 우주여행을 해요. 바람 부는 날이면 말끔하게 청소된 하늘에 신부가 단장하고 나오듯 밝은 달과 무수한 별이 나를 반겨줘요. 낮에 밭에 나가면 작물이 나를 반기고 들에 핀 꽃들도 기쁨으로 이야기를 건네죠. 하나님의 작품 거제. 이 모든 것이 다 창조주 하나님의 것인데 이 아름다운 것들을 다 그리고 싶어요."

85세의 박서휘 권사(하청교회)는 평생을 거제에 살며,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며 살아온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다. 35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자녀의 강권으로 몇 년간 서울에 올라가 살다가 고향이 편하고 좋다며 줄곧 거제 하청에서 홀로 텃밭을 일구며 살아온 그녀다.

그러던 중 2007년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말씀이 특별하게 다가오더니 아름다운 거제의 풀과 나무와 꽃과 바람을 그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75세였던 박 권사는 7~8명의 친구를 모아 교회 뒤 빈 건물에서 그림 동아리를 시작했다. 이들은 꽃과 정원, 아름다운 낙조, 장독대, 성경 안에 묘사된 풍경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 것도 잘 몰랐어요. 옛날에 무슨 배움이 있었겠습니까? 신앙생활하다 보니 너무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말씀을 보면 그 말씀이 너무 아름다워 그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뜻 맞는 사람들 모여서 무작정 그림을 그렸어요. 사실 그림도 아니고 뭣도 아니었지. 하하"

준비된 자에게 스승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이들에게 구상작가 신현수 선생이 인연이 닿아 지도를 하면서 제대로 된 그림 그리기가 시작된 것. 동양화와 서양화가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되고, 구도와 원근법, 빛과 그림자, 색채 기법, 포인트 기법 등 여러 기법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박 권사는 최고령자로서 모임의 리더가 되었다. 동아리 이름도 '향상회'라 이름 지었다. 매주 화요일 20대에서 80대까지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음악도 감상하고, 밥도 함께 먹는 사이가 됐다. 

박 권사는 목련, 작약, 동백, 수국, 억새, 해바라기 등 꽃이며, 거가대교, 이순신대교, 다공마을의 연못, 황학도는 물론 지리산, 대금산, 천지연, 성지순례시 들렀던 사해의 소금기둥도 그림을로 표현했다. 성경을 읽으며 감동을 받아 토기장이, 천지창조, 모세의 열가지 재앙, 예수님 탄생, 피난 가는 요셉과 마리아 등의 성화도 그렸다.

"거제는 정말 아름다워요. 바람이 찬양을 하고 염소들도 찬양을 한다고, 밤이나 낮이나 나무고 꽃이고 춤을 추고. 천국이 따로 없어요. 자연과 함께 하니 마음이 얼마나 기쁜지. 성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담임목사님의 말씀은 어찌나 꿀송이 같이 단지… 이것들을 다 그려보고 싶어요."

박 권사의 그림사랑과 작품 활동의 소식은 경기도 양평의 C아트뮤지엄 정관모 대표에게까지 알려져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기획초대전 '박서휘 조형찬양 전'이 열리게 된 것. 정 대표는 "이성적 판단 보다 성령의 이끌림으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며 "미학의 잣대가 아닌 신앙의 잣대로 박 권사님의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이번 전시회를 연 계기를 밝혔다.

85세의 고령으로 눈도 어두워지고 손도 둔해져 잠시 창작 활동을 멈췄던 박 권사는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다시 붓을 잡기로 했단다. 눈도 손도 마음 같지 않지만 할 수 있는만큼이라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아름다움과 성경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는 최근 고구마 밭에 물을 주다가 허리를 다쳐서 아쉽게도 참석을 못한다고.

"내가 그린 그림을 전시해도 되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정성스럽게 그릴걸. 그래도 세상이 아름다워 전 우주를 다 그리고 싶고, 성경 안의 하나님 사랑이 아름다워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모두 그리고 싶어요."

하던 취미도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할 나이인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85세에 온 우주와 성경을 그리고 싶다며 다시 붓을 잡는 박서휘 권사의 노익장은 최근 고령화시대를 사는 교회의 노인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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