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ㆍ한교총, '한기연'으로 하나…보수 진보 아우르나

[ 교계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7년 07월 18일(화) 16:07

지난 2012년 출범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정서영)과 최근 교단장회의가 정식 출범을 예고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가 통합해, 오는 8월 1일 가칭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를 창립하게 됐다. 이로써 그 동안 제4의 기구 탄생을 우려해 온 기독교계는 '한기연'이라는 새 이름으로 연합하게 됐으며, 한기총과의 통합에도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특히 이번 합의는 그동안 연합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예장 합동, 고신, 합신 교단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협회의회(NCCK) 회원교단인 기감, 루터회, 한기총 회원교단인 기하성(여의도순복음), 기침 등 진보와 보수진영 주요 교단들이 뜻을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지난 17일 한국교회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통합 기자회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이성희 총회장(연동교회)은 "'한교총과 한교연이 하나된다' 생각하지 말고 한국교회가 통합해 새롭게 시작하는 것으로 여겨달라"며, 한기연 창립의 의미를 전달했다.
한기연 창립은 교단장회의에서 한교총 창립에 대한 신중론이 힘을 얻으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예장 이성희 총회장을 비롯한 7개 교단장 모임이 지난 11일 열렸고, 12일 이 총회장과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만나 통합안에 합의한 후 13일 한교총 15개 교단 대표자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오는 24일엔 22개 교단장이 모여 준비 과정을 점검하게 되며, 8월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역사적인 한교총ㆍ한교연 통합 및 한기연 창립총회를 갖게 된다.

일각에선 한기연 출범을 '3개의 연합기구가 공존하던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 정도로 폄훼하기도 하지만, 분립 일변도를 걸어 온 교회 연합사업이 '연합을 위한 분열'이란 명분에 현혹되지 않고 합의점을 찾은 것은 한교연 창립 이후 한교총 논의에 이르기까지 고심을 거듭한 교단들의 성숙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연합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한기연 창립이 '출발점으로의 회귀'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기구 창립에 맞춰 역할과 우선순위를 명확히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열린 통합 기자회견에서 양 기관 대표는 과거 연합운동에서 발생한 과도한 선거열과 이단 문제를 경계하며, 한기연 창립을 통해 연합운동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자리다툼 근절을 위해 선거 없이 대표회장을 선출하고, 각 교단 총회 전 교단별로 한기연 활동에 대해 충분히 조율하는 등 향후 활동 방향도 언급했다.

연합사업의 주도권 싸움 중 벌어지는 이합집산과 인신공격이 교회 위상에 치명적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한기연이 이날 발표 대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모두가 공감하는 통합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교단이나 종교간 연합의 가장 우선되는 목적은 '역량 강화'가 아닌 '갈등 예방'이다. 더 큰 세력, 하나의 목소리, 대규모 사업보다 구성원들의 화합이 우선이다. 구성원들이 싸우지 않아야 교회의 사회적 갈등 유발을 예방하고, 선교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기연은 창립에 맞춰 과거와는 다른 분명한 연합의 목적을 제시하고, 운영과 사업 추진은 물론, 한기총과의 통합 과정에서도 과거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기관 대표들은 "한국교회 선교 초창기부터 연합운동에 헌신한 이들과 함께 기도한 성도들에게 감사한다"며,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 연합운동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하나님의 섭리로 여기며 겸허한 마음으로 개혁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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