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연합기구인가, 빅텐트인가

[ 교계 ] 교단장, 한교총 17일 창립 예고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07월 11일(화) 16:10

한국교회의 '빅텐트'를 자칭한 교단장 주도의 새로운 기구, '한교총'이 창립을 예고한 가운데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든 눈과 귀는 지난 3일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로 향했다. 교단장회의가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창립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교단장회의 대변인 유관재 총회장(기독교한국침례회)은 조찬 모임 후 브리핑에서 "교단장회의는 오는 17일 한교총 창립총회를 갖기로 잠정 합의했다"며,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하나 된 기관,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한기총 내 이단 및 대표 문제, 통합 과정의 매듭이 장기간 풀리지 않으면서 이미 한교연과 한기총의 대통합은 물거품이 됐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 채, 교단장회의의 주도로 한교총이 창립되면 오히려 외부에서 두 단체의 통합 결렬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급한 한교총 창립이 오히려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양 단체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한교연과 한기총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교단장 주도로 또 하나의 연합기구만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금껏 교단장회의가 주장하고 의미부여를 한 빅텐트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부 관계자들은 한교총 창립과 관련해 정치적 지분 싸움에 대한 미세한 주도권 잡기가 시작되면 한교총 창립에 대한 평가는 절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교계 한 관계자는 "한교총이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빅텐트가 되려면 모든 교단이 모든 연합기구에서 탈퇴한 후 순수한 뜻을 가지고 한교총에 가입하면 된다"며, "이것이 현재 진정한 빅텐의 의미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교연은 한층 더 강도 높게 한교총 창립을 반대하고 선통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교연은 성명을 통해 "한교연과 한기총 간의 통합작업이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또다시 제4의 단체를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시도는 한국교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고 주장했다. 또 한교연은 한기총과의 통합과 관련해 "한기총이 8월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대표회장을 선출하고 조직을 갖추는 즉시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만일 상대방의 여건이 불충하여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작업이 한국교회 전체가 바라는 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 한국교회연합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7일 한교연은 긴급임원회를 갖고 통합 논의를 통해 "한기총의 8월 임시총회까지 기다리되 만일 한기총과의 통합이 바램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 본회와 교단장회의에 속한 교단들을 포함하여 한국교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정서영 대표회장과 통합추진위원장 고시영 목사에게 위임한다"고 결의했다.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한 일부 교단 인사들의 판단에 따라 한교총 창립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3일 교단장회의에선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문제를 넘어선 채 성급한 한교총 창립 절차에 대한 신중론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기하성 등 일부 교단이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과정을 좀 더 지켜보고,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공식 발표된 17일 창립총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 속에 한교총 창립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또 다른 분열을 부추기느냐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제4의 기구 출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지난 1월 이미 한교총이란 이름으로 정동교회 문화제관에서 '출범'예배를 드리고, 3월에는 대각성기도회를 주관했던 만큼 사실상 새로운 조직의 시작을 알리는 출범식을 가졌기에 이번 창립 또한 무리하게 진행될 필요가 없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교단장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그동안 통합을 추진 하던 한교연과 한기총의 입장이 있으므로 조급하게 한국교회총연합회를 창립하면 양 기관의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는 8월 한기총 임시총회 결과를 지켜보고, 신중하게 창립을 논의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의 하나 됨, 이를 위한 연합은 모든 교단의 목표이자, 종점이다. 교단장회의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는 17일 한교총의 창립 총회를 갖고 또 다른 제4의 기구를 세울 것인지, 아니면 좀 늦더라도 한국교회를 위한 진짜 빅텐트를 마련해 나갈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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