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자라니, 잎이나고 나무가 되어가네요"

[ NGO칼럼 ]

박경현 대표
2017년 07월 11일(화) 14:52

씨드스쿨은 우리 말로 하면 씨앗 학교이다. 식물의 종자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중학생들을 장차 각자의 꽃이나 풀, 나무로 자랄 씨앗으로 보아 씨앗들이 모인 학교란 뜻으로 지었다. 그리고 대학생봉사자인 티(교사;teacher의 첫 글자, 멘토)들은 이 씨앗(씨드 seed) 하나하나의 개성과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격려한다.

씨드스쿨의 과정은 자신의 재능과 적성, 관심사를 따라 미래의 진로를 꿈꿔보는 '비전 코칭' 한 학기와 비전을 향해 행동계획을 세우고 의미있는 일을 직접 해보는 '창의 코칭'의 한 학기, 총 2개 학기로 구성된다. 매주 한 번, 한 번에 서너 시간을 티와 씨드가 어울려 활동하면서 웃고 작업을 하는 동안에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타인을 관찰하고 서로 비교도 해보고 나의 과거와 미래도 생각해보게 된다.

때로는 워크북의 안내를 따라서, 때로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해나간다. 혼자라면 힘들고 귀찮아서 그만둘 수도 있지만 잘 해낼 수 있는 것은 티라는 대학생봉사자 멘토가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위로와 격려를, 때로는 도전과 직면을 선물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이 지나다보면 어느 새 '씨드(씨앗)'는 싹이 나서 떡잎을 내고 쑥쑥 자라고 있다. 씨드가 트리(tree)가 되어간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대학생봉사자인 '티'들이 중학생 '씨드' 못지않게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는 씨드들이 활동 중 답을 적어야 하는 질문들을 자기 자신에게도 하게 된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한 일이 무엇이었나? 남보다 더 즐겁게, 더 쉽게, 더 잘, 더 창의적으로 한 일이 있었나?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대학교의 전공은 알맞은 것일까? 나는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할까? 무엇을 좀 내려놓아야할까?' 그런 질문들을 자신에게 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거나 위로하면서 꿈을 되찾기도 한다.

또한 씨드들이 만족하도록 노력하느라 애쓰고 좌절하고 고민하는 경험이 주는 성장, 성숙이다. 씨드들을 즐겁게 하면서 주어진 미션을 성취하려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티 자신의 강점과 취약점도 알게 되고 씨드와의 갈등을 겪거나 씨드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더 많이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고 기다리고 인내하고 포용하게 되면서 결국 성품이 한층 성숙해진다. 어떤 티는 이제 청소년뿐 아니라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이것이 씨드스쿨의 묘미이다. 씨드를 돕기 위해서 하지만 결국은 봉사자인 티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기도하며 지원하는 주변의 모두가 더 성숙해진다. 이래서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이 씨드스쿨을 하는 이유보다 그 열매와 보람이 크다. 씨드스쿨이란 선물보따리를 들고 수도권의 조금 더 힘들고 조금 더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의 학교로 굳이 찾아가 모두가 다루기 힘들어하는 '중 2'를 만나는 낮은 곳으로의 동행과 나눔이 모두의 변화를 가져온다.

감사하게도 씨드스쿨은 해마다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연결되면서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학교현장의 수료식은 해마다 감동이고 눈물이다. 나아가 씨드스쿨이 사람 속에 들어있는 하나님의 빛을 발견하는 순간, 예수님의 마음이 부활하는 순간들을 경험하는 과정이 되기를 기도한다. 멘토링이 전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참 사람을 살리는 멘토링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박경현 공동대표
대한민국교육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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