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답게 먹는다는 것의 의미

[ 문화 ] <문화프리즘> 영화 '옥자', 공장형 축산에 대한 고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7월 11일(화) 10:24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봉준호의 새로운 신작 '옥자'가 한창 상영 중이다.

영화는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이라는 다국적 축산기업이 비밀리에 GMO 조작으로 비정상적으로 커진 신종 돼지를 각 나라의 축산업 종사자에게 분양해 10년간 키우게 한 후 가장 건강하게 키운 돼지를 뽑는 슈퍼돼지 콘테스트에서 공개, 대중에게 홍보하려는 계획 중 돼지 옥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가 비밀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돼지 옥자를 구출한다는 내용이다. 이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봉준호 감독은 공장형 축산과 자본주의의 본성적 탐욕스러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다.

공장형 축산은 전통적인 방목형 축산과는 달리 효율성을 우선시 해 높은 조밀도의 시설에서 가축을 길러내는 축산법으로 오로지 생산성과 효율성 우선주의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탐욕과 결합된 시스템이다. 공장형 축산은 동물을 애정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오로지 비육을 얻는 것만을 목적으로 단위 면적 당 가장 높은 생산성을 위해 동물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두고 자연 사료가 아닌 더 빨리 상품을 만들기 위한 사료를 다량의 항생제와 함께 먹인다. 이 과정에서 초식 동물에게 육식이 섞인 사료를 먹이기도 하고,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움직일 공간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자라는 동물들은 비이상적인 행동을 보이기 일쑤다. 공장형 축산은 광우병, AI 발생의 가장 유력한 용의처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AI 바이러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공장형 축산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세계는 오랜 기간 성인 남성들의 인권만을 중요시해왔다. 인류는 최근에서야 여성, 어린이의 인권에 주목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권 감수성이 동물을 대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에 초점을 맞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동물복지를 신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주창해 영국의 앤드류 린지(Andrew Linzey) 목사에 의해 1994년 '동물 신학'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에큐메니칼 신학자들은 그리스어 '오이쿠메네(Oikoumeneㆍ'에큐메니칼'의 어원)'의 해석인 '하나님의 집에 사는 모든 식구들'의 범주를 단지 사람이 아닌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로 해석하며, 지구 안 동식물에 대한 크리스찬의 생태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이화여대 교수인 장윤재 박사는 최근 저서인 '포스트휴먼 신학'을 통해 신학사상 안의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생태적인 시각을 포함한 새로운 종교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장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성경에 피째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생명의 권리가 하나님께 있다고 믿었기에 피째 먹지 말라 기록한 것"이라며, "현대사회에서 피째 먹지 말라는 말은 곧, 생명인 동물을 학대해서 먹지 말라는 뜻과 같다. 공장식 축산으로 기른 동물로부터 나오는 음식은 피째 먹는 고기"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영화 '옥자'는 생각 없이 육식을 소비하면서 공장형 축산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현대 크리스찬들에게 꽤 불편한 도전을 주고 있다. 이 기회에 크리스찬 답게 먹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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