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함께 아파하는 지혜' 배울 때

[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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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27일(화) 16:18

지난주까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으로 온 땅이 푸석푸석했다. 개울은 자갈 바닥을 드러내고 강과 저수지도 눈에 띄게 줄어 농업용수와 식수 부족까지 걱정하게 되었다.

올해의 누적 강수량은 1973년 이후 가장 적어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물이 없어 누구보다도 목마르고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농부들이다. "땅에 비가 없어 지면이 갈라지니 밭 가는 자가 부끄러워서 그의 머리를 가리는도다"라는 예레미야의 예언처럼 말이다.

그러나 도시는 가뭄에 아랑곳없이 풍요롭기만 하다. 도시는 해와 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뜨거운 햇빛은 에어컨이 막아주고 콸콸대는 수도는 비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도시는 강을 가두어 홍수를 막고 땅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어 자연을 사람들의 손 안에 가두어 버렸다. 자연을 통제가능한 변수로 만든 도시에는 그래서 올려다 볼 하늘도 없고 밟고 다닐 땅도 없다. 이런 도시인들에게 가뭄은 풍문처럼 멀기만 하다.

홍수 심판 후에 하나님은 노아에게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고 하셨다. 삶에는 심는 수고와 거두는 보람과 추위의 수축과 더위의 이완과 여름의 뜨거움과 겨울의 차가움과 낮의 수고와 밤의 안식이 이어진다.

심는 수고가 있어야 거두는 보람이 배가 되고 시린 추위가 있어야 따스함의 추억이 더 애틋해진다. 그렇다면 물이 넘치는 홍수와 목마르고 애타는 가뭄도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의 그러저러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가뭄으로 온 땅이 목마를 때다. 풀도 나무도 동물도 사람도 목마를 때다. 그래야 한 모금 물의 소중함을 체감하게 된다. 목마름을 겪으면서 통제가능한 도시의 삶에서 미처 놓쳐 버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밟고 다니는 땅과 자연을 살펴볼 때다.

풍요로움에 마음껏 감사하고 목마름에 진실로 아파하며 즐거울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같이 울 때라 할 것이다. 어쩌면 가뭄은 '함께 아파하는 지혜'를 배우며 창조의 질서에 경탄하라는 하나님의 고귀한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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