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교회 총회 방문기 (2) '생명의 말씀' 그 길을 온전히 따르고 있는가?

[ 기고 ]

김예식 목사
2017년 06월 27일(화) 16:07

올해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장로교의 본산인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에 우리 총회로부터 총대 파송을 받고 스코틀랜드교회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지난 시간에는 총회 회의 내용을 기술하였는데 이번에는 총회에서 느낀 소감을 잠시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총회 분위기는 매우 경건하였고, 영국 왕실에서 대표로 파송된 앤 공주가 총회 내내(8일간) 예배 시간에 전일 참석함으로 분위기는 사뭇 그 경건함을 더하였다.

영국 내 잉글랜드 지역이 성공회가 국교인 것처럼 이곳 스코틀랜드에서는 장로교회가 국교인 점을 왕실이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스코틀랜드는 물론 전 영국 내에서 차지하는 종교적, 정치적 위상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또한 매일 총회의 개회 예배를 총회장이 모두 단독 집례하여 7일간의 총회 주제를 일관된 메시지로 전달함으로써 총회의 수장으로서의 높은 권위를 잘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최고 정점을 총회장의 이취임식에서 볼 수 있었다.

총회석상에서 열려진 총회장 임직 안수례는 무릎을 꿇고 그 직임을 받아서 사뭇 정중하고 엄숙하였고, 이를 인정하기라도 하듯 총회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는 최대의 예우로 그를 맞아 매번 입장할 때마다 모든 총대들이 기립하여 총회장에게 목례를 하고 총회장도 총대들을 향하여 정중히 목례함으로 회의를 열어가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총회일정 중의 10개 위원회 보고들은 모두 주제인 '생명의 말씀, Word of Life'(요10:10 b)를 풍성히 하는 데로 집중되어 있었고, 또한 총회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청을 청취하기 위해서 총대는 아니지만 청년총회(Youth Assembly 청년총회가 따로 있음) 대표들을 특별 초청하여 차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신선하여, 열린 총회의 자세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이번 회기 총회의 주된 관심이기도 한 '여성목회'는 성평등과 선교, 여성차별, 복지, 교회 내 사역문제, 아프리카 등의 소외된 세계 여성 인권문제에까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코틀랜드 총대 중 목사와 장로를 포함하여 약 40%정도(정확지 않다. 보여지는 정도)가 여성 총대들이었고, 이들이 다양한 위원회에서 활발하게 전 분야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지 있었고, 그 열정도 대단하였다. 

이 모두가 다양한 하나님의 '생명 섬김'에 대한 위탁명령에 충실하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곳 총회에도 여성 목회자들의 사역지 문제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고, 여성길드(예:여전도회), 사회복지 등의 분야 외에는 여성들이 교회 안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일에서 상당부분, 소외되어 있음을 보게 되었다.

또한 특이한 점은 총회장의 선출이었다. 투표권은 모든 총대들에게 부여되지 않았고 투표권 있는 총대와 그렇지 않은 총대들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는 오랜 경륜을 갖춘 전임 총회장 등 자격있는 교회원로들에 의한 모임에서 지명되는 제도로 총회장의 후보 자격요건은 지난 세월동안 한 교회에서 얼마나 모범적으로 헌신했는지, 사회에 얼마나 존경받을 만한 인물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난 시간 어떤 교회적, 국가적(예를 들면 과거에는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평화에 기여한 점), 개인적 고난(아내나 자녀의 질병, 사망 등 슬픈 경험)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견뎌왔는지를 참고하여 전원 합의로 지명(nominate)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 교회를 세우고, 성공한 목회자가 그의 능력에 의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목회를 통해 사회와 교회와 가정에서 어떤 '인격'과 '섬김'을 보여주었는지가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하게 하는 대목이며, 투표권 제한의 부분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8일간(전날 행사 포함)총회의 진행사항들을 지켜보면서 드는 마지막 느낌은 많은 다양하고 정중한 회의 내용, 유익함에 대한 공감과 함께, 세계적인 신학자인 이안 토랜스 전 프린스톤 신학교 총장, 수잔 하드만 무어 에딘버러 대학교 대학원장 등 여러 명의 스코틀랜드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 장로교 위상과 눈부신 한국교회의 성장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들의 찬사를 들으며 우리교단의 성장에 다시 한번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의 기독교의 쇠퇴가 우리에게도 이제는 당면한 주제임을 느끼게 되는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무거움이 체계적인 회의 진행이나 전통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벌이는 이번 총회에서의 많은 신학적인 논쟁, 그에 대한 복잡한 해석과 결정들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 바로 그 생명의 말씀(Word of Life, 요 10:10)의 길을 온전히 따르고 있는가에 물음 때문이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교회를 살려내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신실하게 섬기는 충성된 총회, 노회, 당회가 우리 교단에도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세상은 날로 다양해지고, 사회는 절대적 가치를 상대화시키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우리 앞에 문화의 옷을 입고 그 답을 요구하는데…. 바로 여기에 우리 신학의 고민이 있고, 신앙의 두려움이 있다.

 

김예식 목사   서울강남노회장ㆍ예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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